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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 출간(이명희, 샘터사)
견딤의 시간 끝에서 마주한 사랑과 용서
출판사 제공
살아가는 일은 언제나 관계의 온도로 증명된다. 움직이지도 보지도 못한 채 열세 해를 건너온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작가를 절망의 끝에서 다시 사람에게로 이끌었다. 『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는 그 여정의 기록이다. 흔들림을 숨기지 않고, 혐오와 사랑 사이를 오가며도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회복 능력을 조용히 증언한다.
리드 문장처럼 단호한 질문이 책을 관통한다. 관계의 지속을 결정하는 힘은 누구에게 있는가, 사랑은 보상이 없을 때도 사랑일 수 있는가, 감사는 감정인가 결심인가. 작가는 도로의 점선과 실선에서 적정 거리를 읽고, MBTI 같은 일상의 언어에서 “너를 이해할 기회를 달라”는 요청을 발견한다. “우리는 다 다른 어른이 된다”는 자각으로 비교와 평가의 습관을 내려놓고, “감사는 현재의 감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선택”이라 정의하며 하루를 다시 쌓아 올린다.
아이를 돌보는 일상은 계절처럼 반복되지만 문장은 늘 새 길을 낸다.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 주는 일”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라 믿으며, 작가는 타인의 두려움을 그의 말 속에서 포착하고, 나의 선과 너의 선을 넘지 않으려는 예의를 배우고, 때로는 솔직함의 순서를 지키려는 절제를 익힌다. 관계를 통제하고 싶을 때 멈추는 법, 상처를 견디는 동안 스스로를 지키는 법, 끝내 “안녕”이라 말하며 사랑을 작별과 동일시하지 않는 법을 에세이의 호흡으로 건넨다.
상담심리의 언어를 빌려오되 삶의 자리에서 검증한 문장들이 독자를 안쪽으로 부른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우리는 되어 가는 중”이라는 태도는 비교 본능을 다루는 실용적 지혜가 되고, “감사할 결심”은 오늘을 지켜내는 기술이 된다. 아이의 고통을 마주한 시간이 결국 자신을 치유했다는 고백은 억지 위로를 거부하면서도 묵직한 희망을 남긴다.
새 책은 특별함보다 지속을 말한다. 서로의 점선을 천천히 따라가며, 넘지 말아야 할 실선을 기억하는 연습. 그 끝에서 건네는 가장 간단한 인사 한 마디, “안녕”이 이 책의 다른 이름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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