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신간 소식

모두의 존엄을 설계하는 전략서, 『디그니티 플랜』 출간(양정훈, 수오서재)

현장과 이론을 잇는 인권의 새로운 사용설명서

장세환 2025년 11월 20일 오전 05:35
0

디그니티 플랜.jpg출판사 제공

인권을 착한 마음이나 배려로 축소해온 통념을 걷어내고 존엄의 작동 원리를 설계도로 제시하는 『디그니티 플랜』이 수오서재에서 나왔다. 인권교육가 양정훈은 폭력과 배제가 일상에 스며드는 경로를 추적하고, 약자성과 소수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실제 운동 사례와 사회심리 연구로 해명한다. 경향신문 11월 둘째 주와 서울신문 11월 셋째 주가 나란히 추천했다는 사실이 문제의식의 시의성을 증명한다.

리드는 간명하다. 인권은 연민이 아니라 체계다. 그는 길 위의 울음이 어떻게 연대로 이동하는지 묻고, 혐오와 낙인, 범죄화, 비가시화가 존엄을 갉아먹는 메커니즘임을 드러낸다. 장애인 탈시설, 성소수자 프라이드의 현장을 따라가며 자력화가 왜 핵심 동력인지 설명하고, 집단적 동기와 보상적 동기, 규범적 동기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단계별로 안내한다. 독자는 질문의 형식으로 훈련되는 인권감수성부터 커뮤니티가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식까지, 현실에 바로 적용 가능한 전략을 얻게 된다.

본문은 일곱 갈래로 펼쳐진다. 첫째, 국가는 인권의 주체가 아니라 책무의 주체라는 기준을 세우고 나쁜 세상의 구조적 정체를 규정한다. 둘째, 모두의 삶이 특정 국면에서 약자성과 소수성으로 접속된다는 교차성의 관점을 제시해 우리라는 범위를 다시 그린다. 셋째, 케이크 구매 거부 같은 일상적 배제가 사회적 낙인으로 증폭되는 과정을 사례로 읽어내며 게토화와 정체 상태를 경계한다. 넷째, 행동의 언어를 구체화한다. 퍼레이드는 왜 필요한가. 가시성은 왜 권리인가. 저자는 현장에서 배운 문장으로 답한다. 다섯째, 집단행동을 촉발하는 세 가지 동기를 쪼개어 보여주고, 중요한 타자의 시선이 어떻게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지 규범적 동기의 힘을 해부한다. 여섯째, 집단적 정체성이 개인의 두려움을 상쇄하는 장치임을 밝히며 커뮤니티가 서로의 존엄을 보증하는 그물이라는 비유를 놓는다. 일곱째, 인권마인즈라는 이름으로 힘의 연동과 윤활을 제안하며 실천의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책의 미덕은 단호함과 따뜻함의 균형이다. 저자는 울음을 닦아주는 선의를 넘어 울음의 원인을 바꾸는 구조적 상상력을 주문한다. 혐오에 기대지 않는 싸움, 약자와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는 싸움, 시민이 서로를 지탱하는 싸움이야말로 우리의 인간됨을 지킨다는 결론은 논리와 정동을 동시에 설득한다. 분류는 교양철학이며, 독자는 철학의 언어로 쓰인 실천의 지도를 얻게 된다.

마지막으로 책이 건네는 한 문장. 묻지 않는 사회는 사유하지 못한다. 질문이 시작되는 곳에서 존엄은 계획이 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1월 20일 오전 05:35 발행
#디그니티플랜#양정훈#수오서재#인권#존엄#연대#자력화#차별과배제#사회운동전략#신간추천

관련 기사

일본거주 조선인의 차별 저항사 출간(김광열, 박문사)

일본거주 조선인의 차별 저항사 출간(김광열, 박문사)

11월 20일 오전 07:55
2
『랑월-대전에 살다 골령골에 묻히다』 개정판 출간(박현주,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랑월-대전에 살다 골령골에 묻히다』 개정판 출간(박현주,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11월 20일 오전 07:43
3
『우리말 사랑』 출간(한실, 배달말터)

『우리말 사랑』 출간(한실, 배달말터)

11월 20일 오전 07:30
1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