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탈레스에서 젠슨 황까지 인류 지성 85명의 말과 삶을 한 권에 엮은 『삶의 방향을 묻는 과학자의 문장들』이 드림셀러에서 나왔다. 저자 유윤한은 실험과 숫자 너머의 마음가짐에 주목하며, 질문하는 법과 지루함을 견디는 힘을 독자에게 되돌려준다. 한 줄을 곱씹고 손으로 베껴 쓰는 과정에서 생각의 속도를 늦추게 하는 필사형 구성이 특징이다.

책은 과학사를 관통하는 180개의 문장을 맥락과 일화로 풀어 오늘의 언어로 옮긴다. 멘델의 완두콩 실험과 퀴리의 집념,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결단은 실패를 견디는 법을 가르치고, 칼 세이건과 아인슈타인의 문장은 호기심과 상상력의 윤리를 일깨운다. 저자는 수치와 공식을 좇던 시선에 삶의 질문을 겹쳐, 왜 배워야 하는지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에 답한다.

독법 또한 실용적이다. 각 문장은 짧은 해설과 함께 오늘의 적용점을 제시해 공부와 일, 관계의 장면으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SNS의 비교와 조급함에 지친 독자에게는 속도를 낮추고 자신을 재정렬하는 작은 의식이 된다. 손끝으로 문장을 옮기는 필사 지면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사유의 리듬을 회복시키는 장치다.

과학과 인문을 가르는 경계는 여기서 의미를 잃는다. 질문과 검증, 겸손과 용기라는 공통의 태도가 삶의 기술로 변환된다. 무엇이든 금세 답을 요구하는 시대에 이 책은 느림의 위엄을 변호하며,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 다시 나침반을 쥐여준다.

오늘의 불확실성 앞에서 한 문장을 붙잡는 일, 그 꾸준함이 곧 삶의 방향이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