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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김형석, 21세기북스)

사랑과 양심, 자유와 감사로 인간다움을 회복하라

장세환 2025년 11월 20일 오전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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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백년의 유산.jpg출판사 제공

106세 철학자 김형석이 한 세기를 건너 남긴 마지막 대화가 책으로 나왔다. 기네스가 공인한 세계 최고령 저자인 그는 사랑과 양심, 자유와 감사를 인생의 좌표로 제시하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꺼낸다. 철학과 종교, 개인과 공동체를 한데 잇는 이 책은 혼란의 시대에 잊힌 품격을 회복하자는 요청이자, 다음 세대를 향한 가장 오래된 격려다.

저자는 지나온 세월을 냉정하게 돌아보며 인간은 완성을 좇되 미완성에 머무는 존재라고 말한다. 삶의 끝자락에서 드러난 감사의 감각, 상실을 껴안는 사랑의 품, 성격과 운명을 바꾸려는 의지까지 그는 사유를 경험으로 증명한다. 낮은 자리에서 한 작은 선이 결코 버려지지 않는다고 믿어 온 목소리는 간결하고 단호하다.

오늘의 사회를 향한 진단도 숨기지 않는다. 권력과 이념이 선을 대체할 때 공동체는 길을 잃는다. 대학과 병원, 금융처럼 공공성을 지녀야 할 조직이 이익을 앞세우면 사회는 신뢰를 잃는다. 국가는 지정학의 포획물이 아니라 자유와 인간애를 실천하는 역사적 창조여야 한다는 그의 논지는, 혐오와 분열에 지친 독자에게 윤리의 기준선을 다시 그려준다.

그러나 이 책이 회고록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끝내 미래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을 공동체의 심장으로 규정하고, 엘리트의 조건을 특권이 아닌 봉사에서 찾는다. 청년에게는 더 많이 가지기보다 더 깊이 사랑하라고, 종교와 철학에는 서로의 언어로 공존을 모색하라고 권한다. 독서와 토론의 시민을 길러야 민주주의가 성숙한다는 오래된 명제도 새삼 힘을 얻는다.

문장은 온유하지만 결론은 분명하다. 경제는 필수이나 목적이 될 수 없고, 정치는 효율 이전에 휴머니즘을 회복해야 하며, 개인의 구원은 타인을 향한 사랑으로 완성된다. 백 년의 사유가 데려다 준 이 단순한 문장은 그래서 오래 간다.

끝내 저자는 말한다. “감사를 잊지 말고, 끝까지 인간다움과 선을 지키라.” 한 철학자의 백 년이 남긴 가장 짧고 가장 먼 유산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1월 20일 오전 05:22 발행
#김형석#백년의유산#21세기북스#철학에세이#휴머니즘#사랑과양심#자유와감사#인간다움#교양신간#기네스최고령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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