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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과학』 신간 출간(이재열, 사이언스북스)

전통 살림살이에서 길어 올린 ‘담장 속의 과학’

장세환 2025년 11월 19일 오전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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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과학.jpg출판사 제공

미생물학자 이재열 경북대 명예 교수가 전통 가옥과 살림살이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풀어낸 『살림의 과학: 과학자가 풀어 주는 전통 문화의 멋과 지혜』를 사이언스북스에서 선보였다. 『담장 속의 과학』 이후 10여 년, 저자는 현미경의 시선을 부엌·안방·대청·사랑채·마당으로 확장해 K-문화의 뿌리를 과학의 언어로 새로 읽어낸다.

책은 “담장 속의 과학과 담장 밖의 과학이 만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전통 지식의 합리성과 현대 과학의 검증을 한 자리에 모은다. 1부 ‘집으로’에서는 자연 재료와 기후 적응이 만든 한옥 구조, 음식 장만과 갈무리의 기술, 토기·도기·자기의 재료학을 짚어 우리 식생활의 ‘지속 가능성’을 설계한 선조들의 선택을 보여 준다. 소금의 제법과 저장 과학, 전통 온실과 한지의 물성, 발효 용기의 미세구조처럼 생활 속 소재를 물리·화학·미생물학으로 풀어내는 설명이 쉽고 명료하다.

‘부엌으로’와 ‘안방으로’는 식초·술·젓갈 등 발효식품의 미생물 생태, 매병·이중독 같은 그릇의 기능미, 옷감과 염색의 과학, 베갯모 자수에 깃든 생활 미감을 다룬다. 특히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한 ‘보관의 기술’을 현대 위생과 연결하고, 계절·습도·재질에 따른 최적의 선택을 사례로 정리해 실용적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대청으로’와 ‘사랑으로’는 소반·반닫이·석빙고 등 가구와 저장 시설의 구조, 갓과 이엄 등 의복 부속의 공학을 다룬다. 더불어 고려 금속 활자 논쟁, ‘증도가자’ 진위 공방,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쟁점을 압축해 소개하며 문화재 연구의 현재 좌표를 안내한다. 학계 최신 연구를 폭넓게 인용해 토론의 맥락을 균형 있게 잡은 점도 강점이다.

마지막 ‘마당으로’에서는 맷돌·우물·수도·옛집 문의 세목까지 생활 도구의 재료역학과 사용자 경험을 해부한다. 작은 구조의 차이가 어떻게 효율·안전·미감을 바꾸는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결론으로 수렴하는 해석이 인상적이다. 고학문과 생활사를 잇는 필치로, 독자는 ‘집 안의 과학’을 곧장 자신의 살림으로 가져오게 된다.

『살림의 과학』은 전통과 현대, 미감과 실용을 가로지르는 생활 과학의 지도를 그린다. 전통 문화가 왜 지금의 K-문화로 확장될 수 있었는지, 근거와 원리를 통해 설득하는 한 권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1월 19일 오전 04:35 발행
#살림의과학#이재열#사이언스북스#전통문화#생활과학#발효과학#한옥#소반과반닫이#문화재논쟁#K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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