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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만년을 사랑하다』 신간 출간(은행나무)

섬을 둘러싼 폭우와 오래된 죄의 그림자, 요시다 슈이치가 연 정통 미스터리의 새로운 자리

장세환 2025년 11월 18일 오전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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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만년을.jpg출판사 제공

고립된 섬에서 열린 파티가 끝나자 한 부호의 흔적이 사라진다. 정체불명의 보석과 기묘한 의뢰, 섬에 갇힌 사람들 사이로 탐정이 들어간다. 작가는 인물의 미세한 동요와 사회의 공기를 포착하며 수수께끼를 한 겹씩 벗긴다. 끝내 드러나는 것은 한 생애의 상처와 오래된 사랑이다. 영화 중경삼림의 대사에서 떠올렸다는 제목처럼 만 년의 시간에 비유된 사랑은 사건의 동력이 되고 독서의 여운이 된다.

요시다 슈이치는 퍼레이드와 악인으로 현실의 균열을 섬세히 비춘 작가다. 이번 작품에서는 정통 추리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동시대적 질문을 끝까지 가져간다. 폭풍우가 내리치는 외딴섬이라는 폐쇄적 무대, 선명한 동기와 알리바이, 균형감 있는 단서 배치가 독서를 이끈다. 탐정의 시선은 냉정하고 질문은 집요하다. 결말에서 작가는 범죄를 넘어 시대가 개인에게 남긴 흔적을 응시한다.

은행나무 출판사는 이야기의 힘을 전면에 세운 미스터리라고 소개한다. 정체불명의 보석은 탐욕의 상징을 넘어 기억의 매개로 작동하고, 파티의 밤은 공동체의 욕망과 비밀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폭풍은 자연의 위력인 동시에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는 장치다. 독자는 안전한 추리의 골격 위에서 감정의 파고를 경험한다.

번역가 이영미는 원문의 호흡과 대사를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옮겨 긴장과 리듬을 살렸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정확한 어휘 선택으로 인물의 심리선과 서스펜스를 또렷하게 전달한다. 일본 근현대 소설 번역으로 신뢰를 쌓아 온 역량이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한 편의 미스터리로 시작해 사랑과 죄를 묻는 서사로 확장되는 책이다. 단서가 맞물릴수록 독자는 사건의 바깥에 남은 시간의 무게를 보게 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1월 18일 오전 06:50 발행
#요시다슈이치#죄만년을사랑하다#은행나무#일본소설#미스터리소설#정통추리#외딴섬서사#보석미스터리#이영미번역#신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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