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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곡의 노래가 지도를 만든다, 『우리 동네 유행가들』 출간(이영훈, 휴앤스토리)
지역의 멜로디 66곡으로 한국의 풍경과 기억을 다시 읽다
출판사 제공
사랑과 이별만이 유행가의 전부는 아니다. 도시는 노래를 입고, 노래는 시간을 품는다. 『우리 동네 유행가들』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8개 권역, 66곡의 지역가요를 따라가며 노래가 어떻게 한 지역의 얼굴이 되고 시민의 기억이 되는지 추적한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목포의 눈물’ ‘대전 부르스’ ‘여수 밤바다’처럼 장소를 부르면 멜로디가 먼저 떠오르는 현상을, 정겨운 사연과 탄탄한 취재로 설명한다.
책은 지역 노래의 힘을 “국보 못지않은 문화유산”으로 본다. 행정 홍보로는 얻기 어려운 감응을 한 곡이 수행해왔다는 뜻이다. 피란지의 애환을 새긴 ‘이별의 부산정거장’, 산업화의 그늘을 비추는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 바다의 생업과 상흔을 품은 ‘연안부두’까지, 노래는 관광 지도이자 생활사 기록으로 읽힌다.
새롭고 흥미로운 정정·비화도 촘촘하다. ‘목포의 눈물’의 “스며드는데”가 원래는 “숨어드는데”였다는 사실, ‘울고 넘는 박달재’의 전설이 노래 이후 인위적으로 덧입혀졌다는 점, 구전곡으로 알려진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가 실은 일본 군가 선율에서 왔다는 탐사 결과가 눈을 멈추게 한다. 강원권을 대표하는 ‘한계령’의 지명 정착 과정, 진중가요로 태어난 ‘삼다도 소식’, 가수 데뷔 전 복싱선수였던 ‘논개’의 이동기, 서울 지명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노래가 김정구의 고전이 아니라 일리닛의 ‘술서울’이라는 역전도 흥미롭다.
구성은 지역별 트랙을 따라 걷듯 읽히도록 만들었다. 서울 편에서는 ‘마포종점’ ‘돌아가는 삼각지’ 같은 도시의 우수, 인천·경기 편에서는 항만과 공장의 기억, 영남·호남·충청·강원·제주 편에서는 바다와 산, 시장과 역전의 삶이 이어진다. 가수·작사가·현장 증언을 교차해 시대의 공기와 제작 배경을 입체로 복원한 것도 장점이다.
저자 이영훈은 신문·방송 현장을 두루 거친 기자이자 가요연구가로, 전작 『유행가는 역사다』 『그 노래는 왜 금지곡이 되었을까』에 이어 ‘노래로 읽는 한국현대사’ 3부작을 마무리한다. 이번 책은 지역 노래라는 렌즈로 대중가요의 사회사적 의미를 한층 선명하게 보여준다. 출판 정보: 휴앤스토리·쪽수/값/ISBN은 출판사 미공개 기준.
한때의 유행으로 흘러간 노래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온 동네의 기억이자 내일의 도시정책과 관광, 교육 콘텐츠로 되살릴 문화 자산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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