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진실은 느리지만 도착한다, 『집단 망상』 출간(조 피에르, 21세기북스)
극단으로 갈라진 시대, 우리의 믿음은 어떻게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가.
출판사 제공
정신과 의사이자 법의학 자문가인 조 피에르가 『집단 망상』에서 인간의 뇌가 만드는 확신의 함정을 추적한다. 출간을 맡은 21세기북스는 번역자 엄성수와 함께 오늘의 분열을 과학과 심리의 언어로 해부한 책을 선보였다. 저자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누가 믿는가가 아니라 왜 모두가 빠질 수 있는가를 묻는다. 진실 공방의 한가운데서 우리의 판단 체계가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리고 되돌릴 길은 무엇인지가 책의 초점이다.
첫째 갈짓자 걸음의 인지다. 확률보다 인상에, 기저율보다 눈앞의 사례에 끌리는 경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도박사의 오류, 과도한 자신감, 잘못된 기억이 결합하면 우리는 사실이 아니라 이야기의 매끈함을 신뢰한다. 둘째 집단의 울림이다. 알고리즘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같은 생각이 같은 생각을 증폭시킨다. 온라인 공동체는 논쟁의 장이 아니라 소속의 증명서가 되고, 반대 증거는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읽힌다. 셋째 산업화된 허위 정보다. 클릭이 돈이 되는 생태계에서 냉소와 분열은 상품이 되며, 전문가 불신은 수익 모델이 된다.
책은 이 악순환을 도덕의 설교가 아닌 인지의 교정으로 끊자고 제안한다. 지적 겸손으로 스스로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인지적 유연성으로 새로운 증거 앞에서 믿음을 조정하며, 분석적 사고로 직감 위에 근거를 세우는 세 가지 원칙이 그것이다. 동시에 플랫폼과 언론에 대한 사회적 책임, 사실 검증의 문화, 교육의 재설계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영을 이기는 문장이 아니라 함께 살아남는 문장을 선택하는 태도가 공적 토론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라는 메시지다.
『집단 망상』은 타자를 교정하는 책이 아니다. 나의 확신을 의심하게 하는 책이다. 느린 진실을 기다릴 인내와 서로를 설득할 언어를 되찾을 때, 분열을 넘어설 여지는 열린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관련 기사


“이름이 곧 신뢰가 될 때”, 『브랜드로 남은 사람들』 출간(추동훈, 한즈미디어)

한 곡의 노래가 지도를 만든다, 『우리 동네 유행가들』 출간(이영훈, 휴앤스토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