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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출간(콜린 솔터, 현대지성)
낡은 서랍 속 한 장의 편지로 역사의 맥박을 다시 듣는다.
출판사 제공
교과서의 직선 대신, 손글씨가 남긴 굴곡으로 세계사를 따라간다. 영국 작가 콜린 솔터의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가 현대지성에서 출간됐다(옮긴이 이상미). 기원전 스파르타의 짧은 답장부터 그레타 툰베리가 낭독한 공개서한까지, 100통의 편지가 세기를 건너 인물과 사건의 한가운데로 독자를 데려간다. 저자는 편지의 원문과 이미지, 쓰인 배경을 촘촘히 엮어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세운다.
책의 매력은 진짜 목소리에 있다. 플리니우스는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을 “베개를 머리에 묶고 뛰쳐나온 사람들”의 공포로 기록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밀라노 공작에게 보낸 자기소개서로 천재의 자신감을 증명했다. 마틴 루서 킹의 ‘버밍엄 감옥에서 온 편지’는 비폭력 저항의 윤리를 설득의 문장으로 세워 올리고, 빌 게이츠의 공개서한은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가 초래할 파장을 예고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와 흐루쇼프의 왕복 서신, 애비게일 애덤스의 “여성들을 기억하라”는 요청처럼, 각 편지는 교과서의 요약을 넘어 결정적 순간의 체온을 전한다.
편지는 승자의 연대기가 놓치는 그늘을 비춘다. 승전보 뒤의 망설임, 혁명 선언 앞의 두려움, 사랑과 배신의 흔들림이 낡은 종이 위에 남는다. 저자는 “왜/어떻게/무엇을”의 순서로 사건을 해설하되, 판단을 서두르지 않는다. 사료의 맥락을 정직하게 복원하고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여백을 남긴다. 효율을 앞세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서간의 물성과 온기를 되살린 구성도 인상적이다.
역사는 종종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역사는 거대한 도서관에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떨리는 손으로 접어 넣은 봉투 속에서 시작됐다고. 한 통의 편지를 따라 읽는 세계사는, 결국 우리 자신의 문장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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