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달러 이후의 질서』 출간(케네스 로고프 지음, 노승영 옮김, 윌북)
거시 경제의 새로운 교과서
출판사 제공
“10년 안에 달러의 구매력은 형편없이 쪼그라들 수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자이자 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 케네스 로고프가 달러 패권의 정점과 이후를 가늠하는 최신 진단을 내놨다. 저자는 2차대전 이후 70여 년의 금융 질서를 되짚으며, 높은 부채와 인플레이션,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는 ‘변곡점’을 경고한다. 그 경고는 과장 대신 데이터와 사례로 뒷받침된다.
책은 달러가 어떻게 지배적 통화가 되었는지의 경로를 정리하고, 루블·엔·유로의 도전이 왜 좌절됐는지, 오늘의 도전자 중국 위안화가 어떤 제약과 잠재력을 지니는지 점검한다. 암호화폐·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가능성과 한계도 현실적으로 분해한다. 핵심은 “대부분의 국가는 달러와 경쟁하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냉정한 결론, 그리고 고정환율제·달러 페그가 초래하는 반복적 위기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라는 주문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로고프는 한국을 “아시아 달러 블록의 핵심 국가”로 지목하며, 재정·통화정책의 신뢰성 유지와 외환·결제 인프라 다변화를 동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강달러/약달러’의 진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거시 건전성 규율,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한 규제 설계, 미국 국채 의존 리스크 관리 같은 과제도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달러가 곧장 몰락한다는 서사는 아니다. 다만 “이번엔 정말 다를 수 있다”는 조건을 독자 스스로 판별하게 만드는, 조밀한 논증의 경제서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달러의 최대 위험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라고 못 박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재정 규율, 정치적 분열의 관리가 달러 이후의 질서를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개인 투자자부터 정책 담당자까지, 환율·금리·부채·결제의 지형 변화를 한 권으로 읽어낼 수 있는 시의적 안내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관련 기사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신간 출간(염경엽, 웅진지식하우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