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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의 꿈 날개를 찾아』 출간(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쌤스토리)

치료가 아닌 삶으로―의사소통을 권리로, 자립을 선택으로

장세환 2025년 11월 17일 오전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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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의 꿈 날개를 찾아.png출판사 제공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약속이 희망이 아니라 희망고문일 때가 있다. 발달장애인을 ‘느린 존재’로 낙인찍는 속도 중심 사회에 맞서, 『거북이의 꿈 날개를 찾아』는 첫 장에서부터 ‘완치/극복’ 신화를 걷어낸다. 목표는 교정이 아니라 지원, 훈육은 처벌이 아니라 가르침, 의사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권리라는 선언으로 독자의 시선을 돌려놓는다.

책은 유아기 조기개입부터 성인기 자립까지 전 생애를 하나의 서사로 엮는다. 도전적 행동을 ‘문제’로 규정하기보다, 표현 통로가 막힌 사람이 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소통’으로 읽어내며, 보완대체의사소통(AAC)을 “목소리를 되찾는 인권의 도구”로 자리매김한다. “우리가 가르치지 못한 것일 뿐, 아이가 배우지 못한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처럼, 교육의 기준도 ‘정상성 증명’이 아닌 ‘삶의 효용’으로 재설정한다.

현장의 언어도 촘촘하다. 아이의 세계에 접속하는 여섯 가지 열쇠, 중증 학생을 위한 아홉 가지 원칙, 위기 시 비물리적 진정 전략 등 교사·치료사·부모가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지침이 사례와 함께 제시된다. ‘능동적 지원’은 대신해 주는 시중이 아니라, “육수 통을 함께 드는” 동행의 기술로 설명되어 추상적 미덕을 실천 매뉴얼로 바꾼다.

성인기의 장면들은 더 급진적이다. “기능이 낮아서 일 못하는 게 아니라, 맞는 구조가 없어서 일하지 못한다”는 진단 아래, 직업의 재상상과 지역사회 기반 일자리 모델을 제시한다. 성교육은 통제가 아니라 안전과 관계맺기의 역량으로, 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로 정의된다.

마지막으로 책은 부모에게 ‘헤어질 결심’을 권한다. 평생을 감내하는 무한 책임의 서사에서 벗어나, ‘부모 없는 날’에도 살아낼 수 있는 지원망을 지금 설계하라는 요청이다. 이는 떠남의 예행연습이자 존엄한 삶의 최소 조건을 사회적으로 보장하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감상적 위로 대신, 권리의 언어와 실천의 도구를 건네는 이 책은 발달장애를 ‘치료의 대상’에서 ‘함께 사는 시민’으로 옮겨놓는 확실한 좌표다. 교정에서 동반으로, 지시에서 대화로, 선의에서 구조로―우리의 프레임을 바꾸자는 초대장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1월 17일 오전 02:14 발행
#거북이의꿈날개를찾아#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쌤스토리#발달장애#자폐#의사소통권#AAC#능동적지원#자기결정권#포용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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