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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가요 작품론』 신간 출간(신재홍, 월인)
고려가요, 해석의 ‘넓은 흔들림’을 줄이는 정밀 독해의 기준서
출판사 제공
고려가요를 두고 학계에서 번번이 갈라지던 해석의 길. 왜 같은 작품을 두고도 결론이 제각각이었을까. 가천대학교 신재홍 교수가 펴낸 『고려가요 작품론』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한글 표기로 전해지는 고려가요는 중세국어 자료와의 대응이 빈약할 경우 어휘 의미조차 확정하기 어렵다. 저자는 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작품 밖으로 성급히 달려가기 전에, 먼저 작품 내부의 구조와 맥락을 촘촘히 복원하는 정합적 해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책은 대표작 열 편을 골라 작품별로 “무엇이 어떻게 노래되고 있는가”를 다시 묻는다. 서경별곡의 구성과 정조, 가시리의 이별 정서와 대중성, 정과정의 문맥과 정서, 청산별곡의 주제 흐름, 이상곡의 분절과 재배열, 쌍화점의 장소성과 대화 맥락, 동동의 선어 의미, 정석가의 소재와 구조, 만전춘별사의 궁원 풍경과 서정성, 그리고 후렴‧여음의 기능까지. 난해 어휘 하나를 단독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구절과 연, 후렴이 이루는 전체 구조 속에서 의미를 검증하는 방식이 일관되게 적용된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원문 내부 증거의 위계를 세워 어휘와 문법을 맥락 속에서 교차 검증한다. 둘째, 역사‧민속‧상징으로의 외연 확장은 작품 내부 해석이 정합을 얻은 뒤에야 가능하다는 원칙을 세운다. 이 두 축은 “자료의 한계가 곧 해석의 방종이 될 수는 없다”는 저자의 문제의식으로 수렴한다.
연구사 검토 역시 빼곡하다. 동일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이 과도하게 흔들린 지점, 추정이 사실로 둔갑한 대목을 조목조목 짚어내고, 대안으로 제시된 해석의 논리 사슬을 독자가 따라갈 수 있도록 단계별로 펼친다. 결과적으로 본서는 고려가요 읽기의 공통 기준을 제공하는 해석 매뉴얼이자, 수업과 연구 현장에서 곧바로 참고할 수 있는 실무형 안내서로 기능한다.
고려가요를 다시 배우고 가르치려는 교사와 연구자, 그리고 고전의 ‘원문을 원문답게’ 읽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견고한 출발선이 될 것이다. 넓게 흔들리던 해석의 저울을, 텍스트 내부의 질서로 다시 수평 맞추는 시도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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