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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디아스포라문학』 신간 출간(소명출판)
재일 코리안 문학 100년, ‘민족–경계–탈민족’의 궤적으로 다시 읽다
출판사 제공
재외 한인의 이동사와 함께 출발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문학을 한 권에 집약한 『재일다이스포라문학』이 소명출판에서 나왔다. 동국대 김환기 교수가 엮고, 오노 데이지로·이소가이 지로·하야시 고지가 참여해 재일 코리안 문학의 계보·현장·비평을 입체적으로 정리했다. 제목 그대로 일본에서 전개된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을 중심에 두되, 식민지–전후–동시대에 걸친 변화의 맥락과 ‘민족’에서 ‘탈민족’으로 이어지는 사유의 전환을 촘촘히 따라간다.
책은 먼저 재일 코리안 문학의 출발과 전개를 개관한다. 식민지 시기 일본어 글쓰기를 둘러싼 긴장, 해방 이후 분단 현실이 낳은 문학적 응답, 그리고 신세대의 ‘경계·월경·혼종’ 감각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제와 언어, 시선이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보여준다. ‘민족’이라는 강력한 표상에 기대던 초기 서사가 어떻게 개인의 실존과 지역의 기억, 도시의 일상으로 분산되며 새로운 보편성을 획득해 갔는지도 핵심적으로 짚는다.
개별 작가의 육성에 귀 기울인 장도 강점이다. 김석범을 통해 제주4·3의 기억이 일본어 문학에서 어떤 윤리를 요구했는지 검토하고, 정승박의 ‘민중 이야기’가 노동과 이방의 현실을 어떻게 증언하는지 분석한다. 김학영의 ‘자기 구제’ 서사, 김태생의 ‘작은 목소리’와 천황제 비판, 이양지의 전통 ‘가락’, 현월의 실존적 글쓰기는 재일이라는 위치성이 문학의 형식과 정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비평 파트는 스펙트럼을 더 넓힌다. 김사량, 장혁주, 유미리, 가네시로 가즈키, 양석일 등으로 이어지는 작가군을 가로지르며, 국적·언어·시장과 독서 공동체가 얽힌 복합 지형을 해부한다. 노동의 손, 고립된 언어, ‘한’의 외·내향적 승화, 조국과 자아의 거리 같은 키워드를 통해 재일 문학의 미학과 정치성을 동시에 읽어내는 방식이 돋보인다.
저자들은 재일 디아스포라 문학을 단순한 ‘해외 동포 문학’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식민/제국의 폭력, 전후 냉전과 분단, 다문화/다언어 도시의 일상성이 한 데 겹쳐 만들어낸 한국문학의 또 다른 주류로서, 한국어 문학사·비교문학의 좌표를 재배치할 자료이자 관점을 제시한다. 잊히거나 흐려진 기억을 복원하는 일이 곧 이화된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이라는 문제의식은, 재일을 넘어 전 지구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연구로 확장될 출발점이기도 하다.
엮은이 김환기는 “재일 문학을 계보–작가–비평으로 종합함으로써 연구의 발판을 단단히 놓고자 했다”고 밝힌다. 재일 코리안 문학을 처음 접하는 일반 독자에게는 입문서로, 연구자에게는 참조 지도로 기능할 만한 구성이다. 오랜 시간 국경을 가로지른 말과 삶이 남긴 흔적이 오늘의 언어로 어떻게 새겨지는지, 이 책이 선명한 답사를 안내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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