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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시간으로 빚은 K푸드, 된장이야기』 출간(김채완, 비버북스)
된장 한 숟가락에 담긴 시간의 철학과 한국 밥상의 기억
출판사 제공
보이차와 발효음식을 연구해 온 생활철학가 김채완이 된장을 통해 “음식이 곧 철학”임을 증명한다. 새 책 『자연과 시간으로 빚은 K푸드, 된장이야기』는 된장을 단순한 조미가 아니라 자연·시간·인간이 함께 빚는 생명 과정으로 해석하며, 기다림의 감각을 회복하자고 제안한다. 조리법을 넘어 생물학·문화사·문학적 사유를 횡단하는 철학적 산문집이다.
저자는 된장을 “시간을 먹는 철학”이라 규정한다. 콩이 미생물의 협연을 거쳐 아미노산과 향 성분으로 풀리는 과정, 고초균과 효소가 만들어 내는 구수한 기적을 따라가며 발효를 관계의 은유로 읽어낸다. 빠름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에 장독대의 느린 시간은 몸과 마음의 리듬을 되돌리는 치유의 장치가 된다. “장은 손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다”는 문장은 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명제다.
책은 9부 구성으로, 한국 장문화의 역사와 로컬푸드로서 된장의 정체성, 슬로푸드 운동의 현재성을 촘촘히 연결한다. 밥상은 자연과 인간의 대화라는 관점 아래, 된장·간장·고추장으로 이어지는 발효 친족의 계보, 미소·두반장·치즈와의 비교까지 확장한다. 영양학적 근거도 놓치지 않는다. 미생물의 다양성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노화 지연과 회복 탄력성 같은 키워드를 통해 ‘몸이 먼저 아는 지식’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산문 사이사이 배치된 짧은 시들은 장독대와 어머니의 손길, 사계절의 냄새를 환기한다. “된장은 한국인의 거울이다”라는 선언처럼, 된장찌개 한 그릇이 건네는 위로와 공동체의 기억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한다. 도시의 장독대, 전통과 기술의 만남, 브랜드로서의 전통 발효 등 동시대적 화두도 놓지 않는다. 장 담그는 법·관리법, 된장차·간장차, 약선 밥상과 같은 실천적 부록은 독자가 생활 속에서 발효의 시간을 체험하도록 돕는다.
저자 김채완은 남편의 병을 계기로 보이차와 약선음식을 공부하며 ‘자연의 리듬을 회복하는 삶’을 실험해 왔다. 공간 ‘녹야원’에서 밥상·된장·차명상을 중심으로 “사람을 살리는 음식”을 나누는 그는, 이번 책에서 학술과 일상의 경계를 부드럽게 넘나들며 발효를 지식이 아닌 경험으로 제시한다. 된장을 K-푸드의 미래로만 말하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다. “된장은 미래의 대안이 아니라 오래된 해답”이라는 문장이 말하듯, 우리의 오래된 기술이 오늘의 위기에 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한 항아리의 기다림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꾼다. 된장을 다시 배우는 일은, 느리게 익어 가는 나를 회복하는 일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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