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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습격』 출간(마크 블라이스·니콜로 프라카롤리, 21세기북스)

금리 너머, 분배와 구조로 읽는 인플레이션

장세환 2025년 11월 12일 오전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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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습격.jpg출판사 제공

장바구니 물가는 낮아지지 않았다. 통계는 2024년 물가 상승률을 2.3%로 적었다. 체감은 다르다. 누군가는 더 벌고, 누군가는 더 잃는다. 마크 블라이스와 니콜로 프라카롤리는 이 질문을 정면에서 파고든다.

저자들은 인플레이션을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분배의 문제로 본다. 팬데믹 이후 물가를 밀어 올린 힘을 공급망 붕괴, 에너지 변동, 기후 재난에서 찾는다. 금리 인상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무너진 공급은 금리로 복구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책은 먼저 우리가 쓰는 지표의 한계를 짚는다. 무엇을,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정책과 부담의 방향을 바꾼다. 주거 비용처럼 삶을 좌우하는 항목이 왜곡되면 체감과 수치는 어긋난다. 독자는 헤드라인 너머의 수치를 읽는 법을 얻는다.

다음은 대응의 문제다. 중앙은행의 금리라는 한 가지 망치에만 의존하면 비용이 커진다. 실업이 늘고, 취약계층이 먼저 흔들린다. 가격 통제, 조세, 사회적 합의 같은 보완 도구를 함께 써야 피해를 분산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대가를 누가 치를 것인가”가 곧 정치의 선택이라는 점도 분명히 한다.

저자들은 현재를 ‘런던 버스’의 시대라 부른다. 기후 위기, 미중 갈등, 보호무역, 탈탄소 전환, 인구 구조 변화가 한꺼번에 도착한다. 충격이 겹치면 물가는 끊어지지 않는다. 1970년대의 단선적 처방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정책도, 투자도 구조를 읽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분배의 쟁점을 놓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은 모두를 똑같이 아프게 하지 않는다. 자산이 있는 쪽과 임금에 의존하는 쪽의 손익은 갈린다. 저자들은 승자와 패자의 메커니즘을 소득 효과, 이자 효과, 소비 효과로 풀어 설명한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계층 전쟁이다.”라는 짧은 문장이 오래 남는다.

『인플레이션의 습격』은 낡은 공식을 비껴간다. 금리를 넘어 공급과 분배, 제도와 산업 정책까지 함께 본다. 불확실한 돈의 시대에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어떤 편에 설지 고르게 만든다. 뉴스 속 숫자가 현실의 살림과 왜 어긋나는지 궁금한 독자에게 실전 지도를 건넨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1월 12일 오전 04:18 발행
#인플레이션의습격#마크블라이스#니콜로프라카롤리#21세기북스#물가#금리#공급망#기후위기#분배#경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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