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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탐 경의 임사전언』 신간 출간(이영도, 황금가지)

죽지도 살지도 않은 작가가 남긴 4년의 기록,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맞물리다

장세환 2025년 11월 11일 오전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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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탐 경의 임사선언.jpg출판사 제공

대한민국 판타지의 상징 이영도가 7년 만의 신작 장편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을 내놨다. 세계 17개 언어권으로 뻗어간 『눈물을 마시는 새』의 작가가 이번엔 “밀실 추리의 법칙”을 판타지 세계관에 결속한다. 작품은 인기 작가 어스탐 로우가 흉기에 찔린 뒤에도 소설을 써 내려가는 기이한 상태로 남고, 자신을 해친 이를 가명으로 등장시키는 대하 ‘임사전언’을 완성해 가면서 시작된다. 4년 뒤, 만신전의 결정과 함께 유산관리인·수사관·가족·초청 귀족이 한자리에 모이며 사건의 시침이 움직인다.

핵심 재미는 장르의 맞물림이다. 제한된 공간, 한정된 용의자, 관찰과 추론으로 좁혀 가는 정통 미스터리의 리듬 위에, 이영도식 설정과 유머가 얽힌다. 각 장 말미에 배치된 짧은 희곡 형식의 보충 서사도 눈에 띈다. 소설의 프레임을 비틀어 독자가 “읽는 행위” 자체를 의식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32만 자 분량의 본문엔 작가와 독자의 거리, 재현의 윤리, 창작과 검열의 경계 같은 묵직한 화두가 촘촘히 숨 쉬며, 복기할수록 다른 의미가 드러나는 단서들이 퍼즐처럼 배치된다.

출간과 함께 드라마형 오디오북 제작도 진행된다. 다수 성우가 참여해 추리극의 긴장과 판타지적 스케일을 청각적으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작가 문장을 엄선한 필사노트 시리즈 1권도 선보여 오늘의 독자가 “이영도 문장”을 손끝으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드래곤 라자』로 시작해 『폴라리스 랩소디』, 『오버 더 초이스』로 축적된 이영도의 장기—치밀한 복선, 완결성 높은 회수, 인물 간 말재간—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다만 이번엔 사건의 진상만이 결말이 아니다. “작품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붙잡는다. 장르 독자에겐 정교한 퍼즐을, 일반 독자에겐 “읽고 말하게 만드는” 문제작을 약속하는 한 권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1월 11일 오전 05:21 발행
#이영도#어스탐경의임사전언#황금가지#한국판타지#미스터리#메타픽션#장르소설신간#드라마형오디오북#독자와작가#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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