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등장인물 연구 일지』 신간 출간(조나탕 베르베르, 열린책들)
인공지능이 ‘사람’을 배우며 쓰는 추리소설, 인간성의 경계에 질문을 던지다
출판사 제공
프랑스 신예 조나탕 베르베르가 장편 『등장인물 연구 일지』로 돌아왔다. 개발자 토마의 명령을 받아 〈세계 최고의 추리소설〉을 써야 하는 인공지능 ‘이브39’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요양병원에서 ‘의사’로 위장 상담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서른아홉 번째 버전임에도 “비논리적이고, 진부하며,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뒤집기 위해 이브39는 두려움과 욕망, 한계와 선택을 실제 사람들 속에서 학습한다. 그리고 병원 곳곳의 수상한 기류를 추적하던 중 예기치 않은 음모와 마주한다.
이 작품은 스릴과 반전의 미스터리이자,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사유소설이다.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 흔적 없이 사라질 두려움”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며,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가 갖는 연결 방식의 차이, 윤리적 판단과 책임의 문제를 서사의 에너지로 끌어올린다. 소설 속 소설을 쓰는 구조를 통해 작법의 핵심도 구체적으로 점검한다.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배경이나 장치가 아니라 “목적, 두려움, 신체적·윤리적 한계”라는 점을 반복 확인시키며, 독자에게는 읽는 재미와 함께 창작의 힌트를 전한다.
노인 요양병원이라는 현실적 무대는 돌봄, 기억, 존엄 같은 동시대의 의제를 자연스럽게 소환한다. 기계를 불신하는 노인들과 인간을 배우려는 인공지능의 대면은 종종 잔혹하고 때로는 따뜻하다. 그 교차점에서 이야기는 “진실을 포장하는 선의의 거짓말”, “인간성이라는 값싼 허위의식” 같은 도발적 문장을 던지며 독자의 판단을 시험한다. 번역은 이상해가 맡아 리듬과 긴장을 살렸다. 베르베르는 “인류가 프로그램에게 문학을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라 말하면서도, 우리가 규범적 예측 가능성에 스스로 갇히지 않도록 경계하자고 제안한다. 결국 이 책은 미래 기술의 서사가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성찰의 기록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관련 기사


하늘의 물리로 기후를 읽다, 『하늘 읽기』 출간(사이먼 클라크, 동아시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