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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 장수에서 광장으로』출간(임수정, 밥북)
아들의 분신 이후 거리로 나선 이오순의 삶을 가족 증언과 자료 조사로 복원한 평전
출판사 제공
『돗자리 장수에서 광장으로』는 한 어머니가 개인의 비극을 공적 실천으로 바꾸어 간 과정을 따라가는 기록이다. 주인공은 송광영의 어머니 이오순이다. 책은 일제강점기와 전후 가난을 건너던 유년기부터 생계를 위해 장사를 시작하던 시절 그리고 자녀를 키우며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견디던 시간까지 발자국을 거슬러 올라간다. 삶의 무게가 쌓이던 어느 날 아들의 죽음이 닥치고 그는 질문을 붙들며 진실을 확인하려는 길로 나아간다.
저자는 가족과 지인 동료의 증언을 촘촘히 수집해 사적인 기억과 공적 기록을 교차시킨다. 『돗자리 장수에서 광장으로』라는 제목처럼 생존을 위해 펼치던 좌판의 자리에서 광장이라는 공동의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는 전환이 서사 전체를 이끈다. 유가족 모임 활동과 연설 현장 기록 추모의 형식과 공간을 꾸려 간 과정이 단순한 회상담을 넘어 사회운동의 구체적 장면으로 재구성된다. 독자는 어머니가 한 인물의 어머니를 넘어서 공동체의 어른으로 서는 과정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여성 생애사의 관점도 선명하다. 가정의 돌봄과 생계 노동을 병행하던 여성의 하루가 어떻게 정치적 결단으로 이어지는지 보여 준다. 동시에 평전의 형식을 빌려 당시 거리와 조직과 법정을 오가던 목소리들을 한데 묶는다. 사건과 인물만을 나열하지 않고 말씨와 표정 장소의 공기를 담아 시대의 결을 복원하려 한다. 민주주의가 제도 안에 자리 잡는 동안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의 노고를 현재형으로 불러내는 점이 책의 가장 큰 의의다.
마지막 장은 앞으로의 과제를 묻는다. 기록을 읽는 일은 추모를 넘어 다음 세대의 기억을 준비하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이어진다. 『돗자리 장수에서 광장으로』는 한 가족의 상처에서 출발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되묻는 평전이다. 개인의 용기가 어떻게 공공의 언어가 되는지 보여 주는 사례로서 지금 읽어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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