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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출간(유스이 류이치로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한 잔의 검은 음료가 산업·혁명·제국의 방향을 틀다

장세환 2025년 11월 5일 오후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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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jpg출판사 제공

키 150cm 남짓한 ‘루이 14세의 커피나무’ 한 그루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저자 유스이 류이치로는 커피가 이슬람 수행 음료에서 유럽의 권력 도구로 변모하는 과정을 촘촘한 사료로 추적한다. 해군 장교 가브리엘 드 클리외가 난파와 약탈을 뚫고 묘목을 마르티니크에 옮겨 심자 생산이 폭발했고, 불과 수십 년 만에 프랑스령 서인도제도의 커피가 아라비아-카이로 상권을 잠식했다.

유럽은 커피를 알지 못했다. 상업자본가들은 ‘이성의 리큐어’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수요를 창조했고, 커피하우스는 정보가 돈이던 런던에서 금융·언론·보험의 인큐베이터가 됐다. 그러나 여성 배제와 정치적 피로 속에 영국의 커피 열기는 홍차로 이동한다. 반대로 파리의 카페는 계몽의 토론장, 혁명의 아지트로 성장한다.

권력의 욕망은 한 잔의 잔열을 산업으로 키웠다. 나폴레옹은 “영양은 적어도 힘은 솟는다”는 커피의 효용을 군에 보급하려 기계·염료·설탕 공정을 경쟁적으로 개량시켰고, 이는 프랑스형 산업혁명의 가속페달이 됐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커피 독성’ 유언비어로 수입을 꺾으려 했지만 민중의 기호는 더 강했다. 독일 혁명의 도화선, 베를린 콘디토라이의 시민권, “커피는 포르투갈 말을 한다”는 속담이 상징하듯 식민·무역 네트워크도 커피를 축으로 재편됐다.

빛 뒤의 그늘도 집요하다. 아이티·동아프리카의 강제노동, ‘니그로의 땀’이라는 잔혹한 별명, 대공황기 브라질이 커피를 바다에 버리고 기관차에 때우던 풍경은 달콤한 아로마의 대가를 직시하게 한다. 저자는 한 잔이 제도와 전쟁, 도시와 일상을 어떻게 재배열했는지 보여주며 묻는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마시며 어떤 세계에 참여하는가.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1월 5일 오후 05:04 발행
#커피#세계사#유스이류이치로#사람과나무사이#나폴레옹#커피하우스#프랑스혁명#식민플랜테이션#브라질커피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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