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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색명의 상징의미』 출간(정시화, 안그라픽스)
옛 문헌 430종 전통 색이름으로 읽는 한국 색채 문화의 체계
출판사 제공
옛 문헌에 실재로 쓰인 색이름만 추려 한국 색채 문화를 다시 세우는 인문서 『전통색명의 상징의미』가 출간됐다.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정시화는 『삼국사기』에서 『승정원일기』까지를 훑어 40여 년 축적한 색명 연구를 한 권에 묶었다. 그는 “오방색”이라는 통용어 대신 문헌의 용례인 “방색(方色)”을 복원해, 흑·적·청·백·황이 동·서·남·북·중앙의 질서와 결합할 때 완성되는 체계를 설명한다. 색을 미적 장식이 아닌 사회 규범과 사유의 언어로 다루는 점이 핵심이다.
책은 1부에서 전통색명의 종류와 용도, 한자 색명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복식·의례·품계에 따라 달라진 관복의 주홍, 단청의 적·청 배색에 담긴 음양 개념, 궁중 음식의 오색 구성 등 생활 속 예시가 촘촘하다. 2부는 색말이 사회를 가리키는 여러 관용구를 통해 상징을 해석한다. 뇌물 풍조를 꾸짖는 ‘탐묵지풍’, 권위와 서열을 가리키는 ‘주자지서’ 같은 표현을 색의 의미망 속에 배치해, 말과 색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3부는 오행색·방색·경복궁 색채로 이어지며 ‘현·조·치·묵·오’처럼 검정을 세분해 번역의 뭉뚱그림을 경계한다. 고려청자의 ‘비색’이 흔한 옥색과 다른 독자 색이라는 정정도 제시한다.
저자는 기록에 없는 이름을 한자 표기만으로 전통색이라 부르는 관행을 비판한다. 다섯 색을 아무 데나 붙이는 것이 전통이 아니라, 공간·의례·방위와의 맥락을 붙여야 비로소 한국적 의미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풍부한 도판과 색환, 복식·도자·단청 실례는 디자이너와 큐레이터, 공예인에게 실무 레퍼런스로, 일반 독자에게는 색으로 사회를 읽는 교양서로 기능한다. 색이 곧 질서이자 신념이었던 시대의 언어를 오늘 감각으로 다시 사용할 방법을 제안하는 점에서, 전통의 ‘형식’이 아니라 ‘원리’를 되살리는 책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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