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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낼 용기』 출간(송지영, 푸른숲)
열일곱 딸을 떠나보낸 엄마가 기록한 애도와 재건의 시간
출판사 제공
열일곱 딸을 자살로 잃은 뒤, 한 엄마가 상실 이후의 계절을 일기로 붙잡았다. 『널 보낼 용기』는 “그리워만 하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아이의 마지막 부탁을 출발점으로, 무엇을 놓쳤는지 묻고 또 묻는 탐색기다. 저자는 양극성 장애 진단과 치료의 맥락, 입시 경쟁이 만든 압박,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불안의 결을 차분한 문장으로 복기한다. 비극의 원인을 단정하는 대신, 말하지 못한 신호와 다가서지 못한 순간을 기록하며 “가까이 있으면서도 기댈 부모가 되지 못했다”는 자기 고백을 끝까지 회피하지 않는다. 개인의 실패담을 넘어, 살아남은 이가 어떻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지 묻는 책이다.
전개는 애도의 일상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함께 밥을 먹고 걷고 일하는 소소한 습관이 슬픔이 삶을 잠식하지 못하게 하는 울타리였다고 적는다. 동시에 청소년을 괴롭히는 마음의 병을 하나의 집안 문제로만 환원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정신건강의학과 대기 행렬, 학교와 가정의 성취 압력, “괜찮다”는 말 뒤에 숨은 포기 신호까지, 현장에서 만난 사례를 통해 구조의 빈틈을 보여준다. 질문은 바뀐다. “왜 몰랐을까”가 아니라 “왜 몰라보는 구조일까.” 아이가 신호를 보냈다면, 사회는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가.
전환부에서 책은 슬픔을 공공의 말로 끌어올린다. 자살 사별자에게 씌워지는 낙인과 자기책임의 프레임을 걷어내고, 남겨진 이들의 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계의 숫자 뒤에 얼굴이 있고, 그 얼굴은 우리와 같은 시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애도는 눈물로 닫는 문이 아니라 매일 여는 창문이라고 적는다. 저자는 글쓰기와 공부, 동료 유가족과의 연대를 통해 “어제보다 덜 원망하고 오늘을 조금 더 살아내는” 결심을 반복한다. 고통을 지우기 위해 행복까지 덮지 않겠다는 선언은 곧 삶을 다시 선택하는 윤리다.
결말에서 책은 사랑의 재정의를 제안한다. 추억은 웃음과 울음이 얽힌 실타래이며, 상처를 덮지 않고 껴안을 때 비로소 다음 발걸음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널 보낼 용기』는 한 가족의 비밀로 숨길 비극을 모두의 과제로 내어놓는다. 아이 곁에 가장 가까운 언어를 찾지 못했던 어른의 회한을 고백하면서도, 다음 아이에게 닿을 언어를 함께 찾자고 독자를 초대한다. 읽는 동안 우리는 한 엄마의 기록을 넘어, 우리 사회가 나눠 들어야 할 응답의 의무와 마주하게 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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