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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 앞에서 굴하지 않은 한 엄마의 추적기, 『두려움이란 말 따위』 출간(아잠 아흐메드, 동아시아)
멕시코 실종과 공권력 붕괴를 따라간 범죄 르포
출판사 제공
뉴욕타임스 국제 탐사보도 특파원 아잠 아흐메드의 논픽션 『두려움이란 말 따위』(정해영 옮김, 동아시아)가 번역 출간됐다. 작품은 딸을 납치한 ‘세타스’ 조직원들을 직접 추적한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실화를 축으로, 멕시코 북동부 산페르난도 일대의 폭력과 국가 기능의 붕괴를 집요하게 복원한다. 저자는 수년간의 인터뷰·기록 조사·카르텔 계보 추적으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추적기를 치밀한 공적 기록으로 전환했다.
책은 국경 다리에서 용의자 ‘플로리스트’를 뒤쫓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몸값을 지불하고도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뒤, 미리암은 용의자 명단을 스스로 만들고 움직인다. 2년 사이 일부는 교도소로, 일부는 군 작전으로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왜 피해자가 스스로 수사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따라붙고, 답은 지역 권력과 범죄의 오랜 유착, 마약 전쟁 이후 통제의 상실로 수렴한다.
아흐메드는 카르텔 간 세력 다툼이 납치·암매장·실종으로 일상에 침투하는 메커니즘을 구조적으로 그린다. 한때 공권력의 보호막이던 정당·사법·치안은 거래와 방기로 변질되고, “사라진 사람들”이라는 말이 통계가 된다. 그 앞에서 미리암은 복수에서 연대로 이동한다. 피해자 모임을 꾸리고 DNA 감식·자료 접수를 관철시키며, 심지어 가해자 가족의 법적 권리까지 돕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는 외침이 사적 분노를 사회적 요구로 바꾸는 지점이다.
번역은 현장 서사의 긴장과 자료 서술의 명료함을 균형 있게 살렸다. 장면마다 짧은 대화와 간결한 문장이 리듬을 만들고, 각주·참고자료가 사실성과 검증 가능성을 보강한다. 독자는 ‘악의 일상화’가 어떻게 구축되는지, 그리고 개인의 용기가 어떻게 균열을 내는지 동시에 목격하게 된다.
책은 범죄 실화의 흡인력에 기대지 않는다. 국가 실패의 징후, 정책과 현장의 괴리, 피해자 운동의 조건을 냉정하게 보여주며 한국 독자에게도 익숙한 질문들을 남긴다.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거야?”라는 절규는, 둘러싼 세계를 더 오래 바라보라는 요청이기도 하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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