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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재료』 신간 출간(원성은, 교유서가)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재료로 다시 쓴 세계
출판사 제공
세계는 “훼손된 그림”이라는 선언으로 문을 여는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됐다. 교유서가가 새로 선보이는 시집 라인업의 한 권으로, 원성은 시인은 파손된 장면을 복원하기보다 그 손상 자체의 미학을 탐색한다. 색과 감각, 오브제와 죽음을 재료로 삼아 비극을 사건이 아니라 재현의 문제로 되묻는다. 대산창작기금 수혜작으로 작품성과 완성도를 겸했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열쇠 수리공과 자물쇠 도둑이 함께 그린 그림” 같은 세계관을 제시하며, 케첩과 피의 경계, 변증법적 거울, 색맹의 시선을 통해 감정의 구조를 시각 장치로 번역한다. 2부에서는 레몬과 오렌지의 불화, 적록색맹의 오인, “기적 없이” 진행되는 생의 단면을 통해 정상/이탈, 질서/균열의 공존을 옹호한다. 3부는 죽은 화분, 림보, 재현의 윤리를 호출해 소멸을 정지가 아닌 ‘원래의 속도’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견인한다.
언어 운용은 명료함 대신 잔광을 택한다. 짧은 진술과 낯선 병치가 만든 명암 대비가 장면의 초점을 이동시키고, 사물-언어-몸의 접점을 오브제로 구현한다. 피와 케첩, 폭력과 예술, 진짜와 모사의 틈을 측량하며 “쓰지 않기로 한 장면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재현의 윤리를 노출한다. 해설에서 평론가는 ‘여전히 그런 채로 지속되는’ 존재를 감싸는 윤리를 이 시집의 새로운 국면으로 평가한다.
교유서가의 시집 론칭과 나란히 나온 이번 책은 감정의 명암을 색채의 문법으로 재조립하며, 파열과 잔여를 시의 동력으로 삼는다. 아름다움이 완성의 상태가 아니라 흔적의 층위임을 증명하는, ‘비극’ 이후의 발성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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