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유음의 실타래를 역사로 풀다”, 『한국어 /ㄹ/ 음운현상의 통시적 연구』 출간(김성옥, 보고사)
중세~현대, ‘ㄹ’ 변화의 원인과 상관성 규명
출판사 제공
한국어의 유음(/ㄹ/)을 둘러싼 난제를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해명하려는 연구서가 나왔다. 『한국어 /ㄹ/ 음운현상의 통시적 연구』는 중세·근대·현대 국어 자료를 가로지르며 /ㄹ/-탈락과 유음화, 비음화, 두음법칙 등 얽힌 현상들의 발생 배경과 상호 연관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저자는 “음절말 유음의 음가 변화”에 초점을 두고 표기·발음의 변천을 동시·통시적으로 교차 검증해 변화의 원리를 복원한다. 보고사가 펴냈다.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중세국어의 ㄹㅇ형, 근대국어에서의 ㄹㄹ형 정착, 16~17세기에 본격화한 유음화의 발생과 확산을 연표처럼 추적한다. 2부는 어두·어중 /ㄹ/의 공시·통시적 비교에 초점을 맞춰 ㄹㄹ~ㄹㄴ 교체 유형, 두음법칙 표기 관행, /nl/ 연쇄에서의 유·비음화 제약을 검토하고, 『國漢會語(1895)』 초·종성 표기 사례를 근거로 표기·음운 대응의 규칙성을 제시한다.
핵심 쟁점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ㄹ/-탈락의 환경이 어떻게 축소·변형되었는가. 둘째, /ㄹㄴ/·/ㄴㄹ/ 연쇄에서 순행·역행 유음화와 비음화가 어떤 제약 아래 교차하는가. 셋째, 중세의 ‘ㄷ·ㅈ 앞 /ㄹ/ 탈락’이 근대에 유지로 전환된 배경은 무엇인가. 넷째, 활용에서는 생산적인 /ㄹ/ 탈락이 복합어에서는 왜 소멸 양상을 보이는가. 저자는 자료 기반의 사례 비교와 제약 이론 틀을 병행해 각 질문의 근거를 축적한다.
방법론도 분명하다. 표기 변동을 단순 오류나 방언 차가 아니라 음운 체계의 재구성 신호로 읽어 내고, “형태론적 범주에 따른 실현 차”를 척도로 삼아 동일 환경에서의 상이한 표면형을 설명한다. 그 결과 /ㄹ/ 관련 현상들을 “독립 변수의 집합”이 아니라 상호 제약·완화 관계로 재배열하고, 변화의 경로를 단계적으로 도식화한다.
학술적 의의는 응용 가능성에서 빛난다. 국어사·음운론 전공자는 물론 국어 교과서 집필·편집, 표준 발음·맞춤법 해설, 한국어교육(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현장에서 잦은 질문—두음법칙 적용, 연쇄 동화, 형태 보존—에 근거 있는 답변을 제시하는 참고 틀이 될 만하다. 더 나아가 방대한 사례 정리가 전산 코퍼스 표기 정규화와 TTS/ASR 음운 규칙 설계에도 유용한 기준을 제공한다.
이 책의 결론은 단정하다. /ㄹ/ 문제는 개별 현상 나열이 아니라 “상관성의 지도”를 그릴 때 비로소 설명 가능하다는 것. 변화의 원인·경로·제약을 한 지면에 모아 놓음으로써, 흩어진 실타래가 역사라는 축에서 풀린다. 출판 정보(쪽수·값·ISBN)는 자료 미기재다.
유음의 미세한 흔들림을 모아, 한국어 변화의 큰 결을 보게 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관련 기사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