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신간 소식

“대합실을 덮던 긴 장대의 시대를 기록하다”, 『열차에서 웃고 울고―1970~1973년 여객 열차 승무 기록』 출간(최선권, 파랑새미디어)

명절 대이동·무찰 단속·수동 출입문…1970년대 철도의 현장을 61편의 에피소드로 복원

장세환 2025년 11월 4일 오전 02:26
32

열차에서 웃고 울고.jpg출판사 제공

1970년대, 철도가 교통의 왕좌였던 시절의 풍경이 현장 기록으로 되살아났다. 청량리·서울 열차사무소에서 차장과 여객전무로 근무한 최선권은 명절마다 광장을 메운 귀성 행렬, “일어서지 말고 그대로 앉아 있어요!”라는 외침, 개찰 직후 계단 병목으로 빚어진 참상의 기억을 정면으로 꺼낸다. 당시 객차 승강구는 승객이 직접 여닫는 수동문이었고 추락 위험이 일상처럼 따라다녔다. 저자는 “좋아진 철도” 이전의 위험과 무질서를 감추지 않고, 오늘의 자동개폐식 출입문·역무 자동화와 대비해 변화의 궤적을 짚는다.

책은 61개 장으로 구성돼 사건과 사람, 절차를 촘촘히 따라간다. 초만원 객차의 질서 회복, 무임 승차자와의 실랑이, 유실물 처리와 응급 대처, 열차 투석 피해와 조사 협업, 규정과 재량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던 승무원의 윤리를 담았다. ‘우연의 행운’ ‘조사권 대 검찰권’ ‘초만원 열차의 후유증’ 같은 장제만 읽어도 당시 조직 문화와 사회 분위기가 스민다. “그땐 그랬었지.”라는 회고가 미화가 아닌 냉정한 사실 서술로 이어지는 점이 미덕이다.

저자의 생애는 기록의 무게를 보강한다. 흥남철수로 남하해 역장으로 정년을 마치기까지, 한 개인의 궤적이 철도 현대화의 시간표와 겹치며 이동의 사회사, 안전문화의 형성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철도사·교통안전 종사자에겐 사례 교과서, 명절철 열차를 몸으로 겪은 세대에겐 기억의 복원, 오늘의 이용자에겐 ‘안전이 어떻게 제도화됐는가’를 묻는 거울이 된다. 파랑새미디어가 펴냈다(쪽수·값·ISBN 미기재).

결국 이 책은 한 시대의 이동을 감정이 아니라 절차와 책임으로 증언한다—기억을 붙잡아 안전을 현재형으로 만든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1월 4일 오전 02:26 발행
#열차에서웃고울고#최선권#파랑새미디어#철도사#여객전무#1970년대기록#안전문화#명절대이동#현장에세이#신간소개

관련 기사

『생각보다 괜찮은 나를 발견했다』출간(이진아, 밀리언북)

『생각보다 괜찮은 나를 발견했다』출간(이진아, 밀리언북)

11월 5일 오후 05:24
20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11월 5일 오후 05:15
5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출간(유스이 류이치로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출간(유스이 류이치로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11월 5일 오후 05:0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