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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자연으로 존재를 건넨다”, 『쇼팽을 따라간 여인』 출간(박미정, 작가마을)

쇼팽의 음색과 낙동강의 바람을 따라 서정과 사유를 겹치는 열 번째 시집

장세환 2025년 11월 3일 오전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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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을 따라간 여인.jpg출판사 제공

박미정 시인의 새 시집은 삶의 주변부를 어루만지며 ‘존재’와 ‘동행’을 현재형으로 불러낸다. 도시의 일상과 강가의 풍경, 악보와 계절의 상징을 교차해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잡아낸다. 핵심 키워드는 존재, 동행, 자연, 음악, 실존, 화해. 표제작에서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에 귀를 대고 “여든여덟 개의 건반을 가지런히/귀에 꽂았다”는 이미지로 고독과 환희의 진폭을 확장한다. ‘연인들’에서는 산책길 위 사유의 순간을 포착해 “너의 길을 걸어라”라는 단호한 목소리를 호출한다. 시편들은 익숙한 감상을 반복하지 않고, 소리와 빛, 질감과 냄새를 겹쳐 구체의 감각으로 밀고 들어간다.

이번 시집의 서정은 음악적이다. ‘가곡의 밤’에서 오래 묵은 상처 위로 현을 다시 고르는 장면은 상실과 회복의 리듬을 드러낸다. 낙동강 둘레길, 바닷길 산책, 도서관의 풍경 같은 장소들은 한 편의 소나타처럼 전개를 이끈다. 자연친화적 화자가 들려주는 새 떼의 비상, 무화과의 계절감, 보라 튤립의 기억들은 현실의 세목을 흔들지 않고도 내면의 구조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영혼은 물 같다, 바람은 운명 같다”는 속삭임은 이 시집이 지향하는 조화(和諧)의 좌표를 단정히 세운다.

비평가 구모룡이 지적했듯, 작품들은 실존의 감각을 향한 존재론적 시학을 실험한다. 언어는 과장보다 절제, 고백보다 구성에 기댄다. 개별 텍스트가 자전의 단편에 머물지 않도록 사회적 감수성—관계, 돌봄, 공존—을 시적 구조에 스며들게 한다. 독자는 낭만의 잔향을 지나, 일상의 균열이 반사되는 거울 앞에 선다. 그 거울 속에서 상처와 화해가 같은 호흡으로 이어지는 순간, 시집은 개인의 체험을 공동의 정서로 번역해 낸다.

저자는 경남 통영 출생으로 시‧평론 활동과 더불어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해 왔다. 다수의 문학 단체에서 활동하며 지역성과 보편성을 잇는 문학적 발화를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시집의 현장성이 강화된다. 출판 정보(쪽수‧값‧ISBN)는 자료 미기재.

결국 이 시집은 음악처럼 흐르고 자연처럼 남는다—동행의 언어로 존재의 온도를 올려 준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1월 3일 오전 05:37 발행
#쇼팽을따라간여인#박미정#작가마을#존재#동행#자연서정#음악적이미지#실존시학#한국현대시#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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