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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집은 ‘경험’이 아니다, 권리다”, 『민달팽이 분투기』 출간(지수, 교양인)
전세사기와 임대차 구조를 파헤친 청년 세입자 생존 보고
출판사 제공
리드 청년 10명 중 8명이 세입자로 사는 시대, 『민달팽이 분투기』가 교양인에서 나왔다. 전세 사기 피해자 3만 명, 그중 20·30대가 75퍼센트라는 현실 속에서 청년 주거권 운동가 지수가 현장을 기록했다. 책은 ‘집다운 집’이 사라진 이유를 구조적으로 묻고, 세입자의 언어로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민달팽이’라 불리는 청년 세입자의 현재를 정면으로 붙든다. 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집주인이 바뀌면 보증금은 공중분해되고, 누수·하자 앞에서 세입자는 ‘이사’라는 이름의 강제퇴거를 선택하라고 강요받는다. 중개 시스템은 ‘깡통’ 여부를 확인해줄 의무가 없다며 책임을 비껴간다. 저자는 전세사기가 어떻게 감정가 부풀리기와 대필 계약, 수수료 끼워넣기 같은 관행으로 굴러가는지 드러낸다. 핵심 키워드는 전세사기, 임대차 구조, 세입자 권리, 주거불평등, 재개발, 청년주거다. 짧은 현장 기록과 분석이 교차하며 읽기의 속도를 높인다.
현실의 무게는 증언으로 선다. “인간다운 주거 생활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창문 없는 방과 콘크리트 기둥이 버티는 고시원의 풍경과 맞부딪친다. 보증금 미반환으로 새집 계약금을 날린 사례, 집주인의 납세·사업 리스크를 세입자가 대신 떠안는 기형이 반복된다. 구조가 개인을 압박할 때 ‘회생이 답’이라는 말은 구조의 단면을 폭로한다. 저자는 말한다. “불안은 변화의 씨앗이다.” 불안을 개인의 미숙으로 돌리는 프레임을 거부하고, 제도와 시장을 향해 질문을 돌려놓는다.
정책 담론의 언어도 비판한다. ‘청년 창업 공간’ ‘혁신 센터’가 난무하지만, 재개발지의 강제퇴거와 공공임대 접근권은 사각지대에 남는다. 청년은 미래의 ‘구매자’로만 호명된다. 책은 등록임대의 실효 심사, 보증보험의 실사용성, 중개·감정·금융의 연동 책임, 재개발 이주대책의 최소 기준 등 제도 개선의 좌표를 제안한다. 세입자 상담과 집단 대응의 사례를 통해 ‘혼자서는 못 버틴다’는 사실도 확인시킨다.
저자 지수는 ‘민달팽이유니온’ 전 위원장으로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과정에 참여했으며, 현재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한다. 『민달팽이 분투기』는 운동의 구호를 넘겨 현장의 문장으로 옮겨 적은 기록이자, 청년 세입자의 정치적 목소리를 복원하는 미니 매뉴얼이다.
오늘의 결론은 간단하다. 청년의 집은 생존 인프라이고, 그 권리는 계약서가 아니라 제도로 보장돼야 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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