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예술의 자율성은 왜 여전히 필요할까”, 『미학 이론』 출간(테오도어 W. 아도르노, 문학과지성사)
관리되는 세계에서 예술이 진리를 드러내는 방식에 대한 최후의 변증
출판사 제공
“모든 현대 미학 논의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아도르노의 『미학 이론』 한국어 완역 신판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다. 『계몽의 변증법』과 『부정변증법』의 문제의식을 미학으로 옮겨, 예술이 해방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존하는지 추적한다. 1984년판 이후 40년 만의 정비본으로, 번역 수정과 더불어 「부록」, 「서론 초고」, 「독일어판 편집자 후기」를 새로 옮겨 담았다. 스테디셀러의 권위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게 하는 개정 완역이다.
책은 선언으로 시작한다. “예술에 관해 자명한 건 없다.” 자명성의 붕괴는 취향의 혼란을 뜻하지 않는다. 아도르노는 예술과 사회의 변증법을 세밀하게 복원한다. 예술은 자율적이되 사회적 사실이기도 하다. 작품은 현실을 복사하지 않고 형식 속에서 현실의 억압을 드러낸다. 그는 이를 ‘진리내용’이라 부른다. 문화산업이 욕망을 길들이는 관리된 세계에서, 예술의 자율성은 방관이 아니라 비판의 거리다.
두 번째 축은 부정성이다. 조화와 화해의 약속을 거부하는 형식이야말로 현실의 모순을 비춘다. 무조음악과 침묵의 연극, 파편화된 서정은 실패가 아니라 증언이다. “예술은 곤궁의 의식”이라는 명제는 감정의 과잉을 미학으로 치환한다. 그는 베케트, 카프카, 첼란, 쇤베르크, 베토벤 등에 기대어, 작품 내부의 구조가 어떻게 사회적 진실을 응축하는지 보여 준다.
개념들의 재배치는 촘촘하다. 미와 추, 자연미와 예술미, 미메시스와 합리성, 형식과 내용의 대립을 역사화한다. 미메시스는 비합리의 잔재가 아니라 합리성의 오만을 견제하는 감수성이다. 자연미 장에서는 ‘자연의 타자성’을 통해 인간 중심의 지배를 비튼다. 숭고, 카타르시스, 장르와 양식, 전위와 키치 같은 논점도 재정의된다. 독자는 ‘작품의 내재성’과 ‘사회적 매개’가 하나의 운동임을 확인한다.
이번 신판의 편집은 사유의 리듬을 돕는다. 위계적 체계를 거부한 원서의 병렬 구성을 살리되, 초고 메모에서 끌어온 표제를 절마다 붙여 독해의 좌표를 마련했다. 1970년 유고 출간의 경위를 밝히는 자료까지 더해 텍스트의 성립사를 한눈에 보여 준다. 결과적으로 ‘어려움’은 남되 ‘길’은 또렷해졌다.
누가 읽으면 좋은가. 첫째, 예술 비평과 철학을 연결하고 싶은 연구자. 둘째, 작품의 형식에서 사회적 진실을 읽어내려는 창작자. 셋째, 대중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려는 독자다. 책은 이들에게 질문을 남긴다. 예술은 어떻게 현실을 거부함으로써 현실을 요구하는가.
저자 아도르노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핵심 철학자이자 음악 이론가다. 비판이론의 언어로 예술의 자율성과 사회적 매개를 함께 사유했다. 역자 홍승용은 1984년 초역에 이어 이번 개정에서도 번역을 다듬고 누락된 글을 보완했다. 결국 예술은 현실을 닮아 말하지 않고, 거리를 통해 더 정확히 말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관련 기사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