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다 없어져 버렸으면』 신간 출간(미카엘 올리비에, 바람의아이들)
소비가 정체성이 된 시대, 한 소년이 묻는다 “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하는가”
출판사 제공
프랑스 작가 미카엘 올리비에의 청소년소설 『다 없어져 버렸으면』이 바람의아이들에서 출간됐다. 작품은 프랑스령 마요트에서 보낸 사춘기와 본토로의 귀환을 교차시키며, 물건과 소비로 존재를 확인하는 현실 앞에 선 한 소년의 흔들림을 그린다. 저자는 낯선 섬의 체온과 대도시의 과잉을 대비시키며 오늘의 십대에게 “사고 싶지 않을 권리”를 제안한다.
소설의 화자 위고는 부모의 직장 때문에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 마요트로 이주한다. 본토에서 온 백인으로서 우월감과 불안을 오가던 그는 토박이 소녀 자이나바를 만나 사랑과 책임, 공동체의 윤리를 배운다. 그러나 미숙함은 비겁함이 되고, 사건의 뒤처리를 어른에게 맡긴 채 본토행 비행기에 오른 순간 위고는 자신이 도망자였음을 깨닫는다. “알게 될 거야”라는 선생의 말만 남긴 채.
프랑스로 돌아온 뒤 위고는 다른 끝의 세계를 본다. 넘치는 물건, 끝없는 할인과 신제품 행렬,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사는 열광. 친구들과 가족에게서 ‘정상’으로 통용되는 이 풍경에 그는 질문을 멈추지 못한다. “내가 이상한 게 아냐. 세상이 이상한 거라고.” 분노와 자책으로 표류하던 위고는 거리에서 만난 고등학생 샤를리를 따라 광고 반대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소비의 속도를 비껴서는 또 다른 삶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선택의 이분법을 거부한다. 마요트와 프랑스, 사거나 사지 않거나의 단순한 대립을 넘어, 소년이 스스로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그 여정 끝에서 위고는 말한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일이 무엇인지, 타인의 시선과 유행의 압력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담긴 문장이다.
소설적 재미도 단단하다. 이국의 풍광과 도시의 소음, 부끄러움과 연대의 감정선이 짧은 장면들로 박동하며, 대화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응결된다. “대체 왜 이래”라고 다그치는 어른의 목소리와, “세상이 이상한 거”라 응수하는 아이의 문장이 대척점에서 부딪치는 순간, 독자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다 없어져 버렸으면』은 유행을 거부하는 선언문이 아니라, 소비의 바깥으로 걸어 나가며 관계와 책임을 다시 배우는 성장기다. 무엇을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기억하고 선택하느냐로 자기를 증명하려는 한 십대의 결심이 오래 남는다.
출판 정보: 쪽수·값·ISBN·세부 분류는 출판사 공식 안내가 확인되는 대로 보완된다.
마지막으로 책은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오늘, 나는 무엇을 사서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음으로 나를 증명했는가.”
편집부
언론출판독서TV
관련 기사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