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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없어져 버렸으면』 신간 출간(미카엘 올리비에, 바람의아이들)

소비가 정체성이 된 시대, 한 소년이 묻는다 “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하는가”

편집부2025년 10월 31일 오전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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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없어져 버렸으면.jpg출판사 제공

프랑스 작가 미카엘 올리비에의 청소년소설 『다 없어져 버렸으면』이 바람의아이들에서 출간됐다. 작품은 프랑스령 마요트에서 보낸 사춘기와 본토로의 귀환을 교차시키며, 물건과 소비로 존재를 확인하는 현실 앞에 선 한 소년의 흔들림을 그린다. 저자는 낯선 섬의 체온과 대도시의 과잉을 대비시키며 오늘의 십대에게 “사고 싶지 않을 권리”를 제안한다.

소설의 화자 위고는 부모의 직장 때문에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 마요트로 이주한다. 본토에서 온 백인으로서 우월감과 불안을 오가던 그는 토박이 소녀 자이나바를 만나 사랑과 책임, 공동체의 윤리를 배운다. 그러나 미숙함은 비겁함이 되고, 사건의 뒤처리를 어른에게 맡긴 채 본토행 비행기에 오른 순간 위고는 자신이 도망자였음을 깨닫는다. “알게 될 거야”라는 선생의 말만 남긴 채.

프랑스로 돌아온 뒤 위고는 다른 끝의 세계를 본다. 넘치는 물건, 끝없는 할인과 신제품 행렬,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사는 열광. 친구들과 가족에게서 ‘정상’으로 통용되는 이 풍경에 그는 질문을 멈추지 못한다. “내가 이상한 게 아냐. 세상이 이상한 거라고.” 분노와 자책으로 표류하던 위고는 거리에서 만난 고등학생 샤를리를 따라 광고 반대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소비의 속도를 비껴서는 또 다른 삶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선택의 이분법을 거부한다. 마요트와 프랑스, 사거나 사지 않거나의 단순한 대립을 넘어, 소년이 스스로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그 여정 끝에서 위고는 말한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일이 무엇인지, 타인의 시선과 유행의 압력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담긴 문장이다.

소설적 재미도 단단하다. 이국의 풍광과 도시의 소음, 부끄러움과 연대의 감정선이 짧은 장면들로 박동하며, 대화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응결된다. “대체 왜 이래”라고 다그치는 어른의 목소리와, “세상이 이상한 거”라 응수하는 아이의 문장이 대척점에서 부딪치는 순간, 독자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다 없어져 버렸으면』은 유행을 거부하는 선언문이 아니라, 소비의 바깥으로 걸어 나가며 관계와 책임을 다시 배우는 성장기다. 무엇을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기억하고 선택하느냐로 자기를 증명하려는 한 십대의 결심이 오래 남는다.

출판 정보: 쪽수·값·ISBN·세부 분류는 출판사 공식 안내가 확인되는 대로 보완된다.

마지막으로 책은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오늘, 나는 무엇을 사서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음으로 나를 증명했는가.”

편집부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31일 오전 02:14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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