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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의 말: “여성의 몸과 우정, AI의 시대를 건너다” 『네가 누구든』 출간(올리비아 개트우드, 비채)
젊은 여성의 고독·욕망을 스릴러 문법으로 탐구한 데뷔 장편, 영화화 동시 확정
출판사 제공
한 편의 시처럼 날카롭고, 스릴러처럼 몰아치는 소설이 나왔다. BBC가 ‘세계를 장악하는 여성 문인’으로 꼽은 시인 올리비아 개트우드의 첫 장편 『네가 누구든』이 비채에서 출간됐다. 출간과 동시에 웨스 앤더슨 제작사와 마고 로비 프로덕션이 영화화를 확정해 화제를 더한다. 작품은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를 배경으로, 과거에서 도망쳐 스스로를 가둔 ‘미티’와 연인의 통제 아래 살아가는 ‘레나’의 만남을 따라가며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묻는다.
소설은 스포큰 워드로 다진 저자의 리듬을 살려, 감각적 문장과 서스펜스를 교차 편집처럼 배치한다. 미티가 이웃집 유리창 너머의 레나에게서 ‘자신을 발견’하는 첫 장면 이후, 이야기는 관음과 감시, 욕망과 연대가 엉키는 심리전으로 전개된다. 화려한 삶의 표면 뒤에 숨은 통제의 구조, ‘만들어진 존재’에 대한 섬뜩한 의심, 그리고 AI·테크 산업의 권력이 일상에 스며드는 방식이 긴장감 있게 드러난다. “기술·젠더·복종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올해 최고의 책”이라는 해외 평단의 평가가 이어진 이유다.
개트우드는 주인공 둘의 관계를 ‘시기→공명→각성’의 궤도로 밀어 올리며 여성 간 유대를 새롭게 조명한다. 동시에 노화와 몸 이미지, 노동과 안전, 기억의 신뢰도 등 동시대의 감각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짧은 문장 두 개가 책의 윤리를 압축한다. “몸은 자유로울 때 가장 아름답다.” “두려움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란다.”
서사의 힘을 뒷받침하는 건 무대감각이다. 파도·유리·모래·빛 같은 오브제가 장면의 리듬을 설계하고, 대화는 시구처럼 정확히 박힌다. 끝내 두 인물은 각자의 유리벽을 깨고 “자기 삶의 무대”로 걸어 나간다. 결말은 통쾌한 해결보다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누구의 시선으로 자신을 규정해 왔는가.’
출간사 비채는 “시와 소설의 미학을 접목한 강렬한 데뷔작”이라며 “독서 모임, 페미니즘·테크 윤리 토론 주제로도 손색없다”고 소개했다.
마지막 책갈피를 덮으면, 질문이 남는다. “오늘, 나는 누구의 눈으로 나를 보았는가.”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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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