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로론 그레이엄의 『고독한 아이디어들』 출간(GIST PRESS)
“기술은 실험실 밖에서 완성된다” — 러시아 과학기술의 영광과 좌절을 정치·사회사로 읽다
출판사 제공
러시아는 왜 전구·증기기관차·전기 컴퓨터의 ‘첫 손’이면서 산업 혁신의 ‘승자’가 되지 못했을까. 과학사학자 로런 그레이엄은 신간 『고독한 아이디어들』에서 “기술은 실험실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완성된다”는 명제를 전면에 내세워, 지난 300년 러시아 과학기술의 성취와 실패를 촘촘히 추적한다. 알렉산드르 로디긴의 백열등, 유럽 최초 전기 컴퓨터 등 ‘세계 최초’의 발명이 어떻게 세계 시장과 명성으로 연결되지 못했는지, 정치 질서·법·경제·연구 조직이 발명의 운명을 갈랐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기술사의 ‘문제’를 짚은 1부는 군수·철도·전기·항공에서 반도체·유전학·컴퓨터·레이저로 이어지는 분야별 사례를 펼친다. 이어 2부는 태도·정치·법률·경제·부패·교육·연구 조직 등 구조적 원인을 해부한다. 3부는 연구대학·재단 신설, 루스나노·스콜코보 등 최근 시도를 검토하며 “혁명은 잦았으나 점진적 개혁은 드물었던” 러시아가 어떻게 장기 함정에서 벗어날지 제안한다.
저자는 러시아 과학기술사를 정치·사회사와 병치해 읽는다. “혁신 없는 체제는 발명가를 고독하게 만든다”, “성과는 ‘실험실→시장’의 다리 위에서 결정된다”는 문장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차이콥스키·톨스토이로 상징되는 문화 강국 러시아가 기술 영역에서 왜 ‘고독한 아이디어들’만 남겼는지, 한국 독자에게도 산업정책·연구 생태계 설계에 시사점을 던진다.
번역은 GIST 김동혁 교수와 허승철 고려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국내에서 러시아 발명가·과학사를 총체적으로 다룬 드문 개설서로, 과학기술사와 정치·사회사의 접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인문 교양서다. “기술은 사회의 거울”이라는 명제를, 생생한 인물사와 문헌·현지 조사를 통해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관련 기사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