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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로 되살린 마라도 전설, 『마라도 할망당 애기업게』 출간(김도경, 한그루)
제주어·표준어 대역으로 전설과 현재를 잇다
출판사 제공
마라도 할망당(애기업게당)의 전설이 어린이 눈높이의 판타지로 돌아왔다. 제주아동문학협회에서 활동하는 김도경 작가가 신작 『마라도 할망당 애기업게』를 펴냈다. 전작 『용왕황제국 홍보대사』가 미래의 마라도를 무대로 환경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작품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들어가 전설의 빈자리를 상상으로 메운다.
주인공 도현이 전설 속 인물 ‘업게’와 전령사 ‘업둥이’를 만나며 펼치는 모험은, 제물과 희생으로만 기억되던 이야기에 “속 깊은 마음”을 부여한다. 달빛 아래 흔들리는 업게의 갈등, 해녀의 안전을 비는 마을의 기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달라’는 소망까지, 전설이 품은 공동체의 정서를 현재형으로 되살린다. “마음이 중요한 거야”, “원망하지 마라 사람을” 같은 짧은 문장들은 아이 독자에게도 오래 남는 윤리적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치는 제주어·표준어 대역이다. 훈민정음의 ‘아래아’ 음가를 간직한 제주어의 리듬과 어휘가 서사의 질감을 살리고, 대역 구성은 낯선 언어를 놀이처럼 익히게 한다. 학교·도서관 현장에서 지역어 교육, 구술 문화 수업의 읽기 자료로 활용하기에도 적합하다.
삽화는 조창우가 맡아 바람·파도·해녀의 호흡을 영상적 프레이밍으로 담았다. 장면 전환이 또렷해 낭독 수업, 북콘서트에서의 라이브 리딩에도 잘 맞는다. 작가는 머리글에서 “전설과 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서의 마라도를 강조하며,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의 지향을 밝힌다. 전작 『용왕황제국 홍보대사』와 세계관을 공유해 연계 독서도 가능하다. 지역 전설의 재서사화, 언어 보존, 생태 감수성을 한 권에 묶은 점이 돋보인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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