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오늘의 세균』 신간 출간(고관수, 성균과대학교출판부)
병원에서 가장 위험한 ESKAPE, 오늘의 위협을 읽는 실전형 교양
출판사 제공
세균학자 고관수가 병원감염의 최전선을 향해 초점을 맞춘 새 책을 펴냈다. 제목 그대로 『오늘의 세균』은 역사적 악명보다 지금 우리 곁에서 더 큰 피해를 일으키는 세균을 추적한다. 장구균과 황색포도상구균, 폐렴간균, 아시네토박터, 녹농균, 엔테로박터로 묶인 ESKAPE를 중심에 세우고, 왜 이 여섯 종이 현장의 가장 큰 과제가 되었는지 병원 자료와 최신 감시망 사례를 엮어 설명한다. 저자가 그동안 축적한 대중서 연작의 결을 잇되, 이번에는 내성의 현실과 대응의 우선순위를 한층 밀착해서 다룬 점이 특징이다.
책은 각 장마다 하나의 균종을 붙들고 감염 양상과 내성의 경로, 병원 환경에서의 생존 전략을 풀어낸다. 환자 곁에서 끈질기게 버티는 장구균, 지역사회로 번져 이미 생활권을 파고든 황색포도상구균, 점액과 생물막으로 방어를 강화하는 폐렴간균과 녹농균, 신생아와 중환자를 위협하는 엔테로박터, 전쟁과 재난 국면에서 치고 올라온 아시네토박터까지 현장 사례가 이어진다. 저자는 말한다. “어떤 세균이 우리에게 가장 위험할까.” 답은 과거의 공포가 아니라 오늘의 병실에서 나온다.
핵심은 항생제 내성이다. 무분별한 사용이 불러온 내성의 고도화, 치료 옵션의 협소화, 그리고 같은 항생제라도 균종과 감염 부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현실을 저자는 차분히 짚는다. 병원 미생물 검사실 데이터와 국가 감시체계의 흐름을 소개하고, 감염 관리와 항생제 개발이 왜 동시에 가야 하는지 논리를 세운다. 짧은 인용과 사례, 연구 노트 형식의 코너를 배치해 복잡한 개념도 쉽게 읽히도록 구성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상징하듯, 배양 접시 밖에서 벌어지는 전파와 정착의 미시 세계를 이해해야 대응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독자 효용도 분명하다. 감염내과와 간호 현장 종사자는 위험 균종의 최신 쟁점을 맥락으로 훑을 수 있고, 과학 교양 독자는 내성 문제를 숫자가 아닌 실제 환자와 공간의 문제로 이해하게 된다. 가정과 지역사회가 지켜야 할 위생 수칙과 항생제 사용의 기본 원칙도 자연스레 정리된다. 저자가 앞선 저작에서 다져 온 서술력 덕분에 전공 밖 독자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공포를 키우려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맞서야 할 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뭘 먼저 해야 하는지 분명히 하자는 제안이다. 병실과 연구실, 가정과 지역을 잇는 연결의 언어로 오늘의 세균을 기록한다. 이름을 알고 경로를 이해할 때만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과학의 기본을 다시 확인시킨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관련 기사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