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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 - 요코와 나의 이야기』 신간 출간(이순원, 실천문학사)

한국 문학의 빈칸이었던 창씨개명과 일본어 수업의 시간을 소설로 복원하다

장세환 2025년 10월 28일 오전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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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 - 요코와 나의 이야기.jpg출판사 제공

한 소녀의 이름을 다시 불러 세우는 장편 소설이 나왔다. 이순원의 『두 소녀』는 일제 말 조선어 말살 정책 아래에서 모국어와 이름을 빼앗긴 아이들의 학교와 마을, 그리고 헤어짐의 기억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강릉 근교 납돌마을을 배경으로 모범생 후득과 친구 용자의 육 년을 따라가며, 제국의 언어가 일상의 호흡을 어떻게 교란했는지 세밀하게 기록한다. 작가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모티프로 소설 곳곳에 배치해 언어와 존엄의 문제를 오늘의 독서로 끌어당긴다.

이 책은 학칙과 의례로 몸을 길들이고 딱지로 입을 묶던 교실의 풍경을 어린 화자의 눈으로 포착한다. 아침마다 황국신민 서사를 외우던 목소리, 창씨개명으로 바뀐 이름표, 교문 밖에서 속삭이던 우리말 옛이야기가 대비를 이루며 역사적 억압의 실감을 높인다. 내선인 교사 오오모리 사부로, 조국어를 지키는 홍숙인과 난요 선생, 해방 뒤 태도를 바꾼 지방 유지 김진벽 같은 인물들을 세워 권력과 윤리의 문제도 함께 묻는다.

서정이 강점인 이순원은 이번에도 간결한 문장으로 마음의 결을 건드린다. 친구를 떠나보낸 뒤 오래 살아남은 이가 품은 죄책과 그리움, 경포호수의 바람과 소녀의 발치에 놓인 고무신 같은 사물의 기억이 겹쳐져 독자를 오래 붙든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이 얘기를 쓰기 위해 작가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짧지만 단단한 고백이 작품의 의도를 또렷하게 한다.

소설이 선택한 자리는 증언과 기억의 경계다. 기록이 건너뛰거나 완곡하게 처리해 온 생활의 감각을 일인칭 서사로 복원하며, 이후 세대가 전유할 수 있는 이야기의 언어를 마련한다. 평화의 소녀상 같은 기억의 기념물과도 호응하는 결말부는 개인의 이름을 회수하는 일이 공동체의 품위를 세우는 일임을 일깨운다.

독서 효용도 분명하다. 한국 근현대사의 핵심 쟁점을 문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청소년과 대학 신입생, 학교 수업의 보조 텍스트를 찾는 교사, 지역사와 가족사를 함께 읽고 싶은 일반 독자에게 고르게 유효하다. 모국어의 의미를 다시 사유하려는 모든 독자에게도 권할 만하다.

출판 정보는 출간 공지 기준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를 따랐다. 쪽수와 값, ISBN, 세부 분류는 출판사 공개 자료 갱신 후 추가 안내가 가능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묻게 된다. 우리가 이어받은 것은 무엇이며 이미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소설은 조용히 답을 권한다. 이름을 부르고 말을 잇는 일, 그 시작으로 돌아가자고.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28일 오전 05:50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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