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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을 남반구로 틀다, 일상의 변수로 만든 대륙 횡단” , 『돌아갈 집이 없어서 아프리카로 퇴근했어』 출간(조훈제, 미다스북스)
전세 만료와 안식월을 여권과 카메라로 바꾼 한 직장인의 종단 여정, 케냐에서 이집트까지 이어진 33일의 기록
출판사 제공
회사 책상을 정리한 그는 집으로 향하지 않았다. 전세 계약이 끝난 날, 안식월을 등에 업고 아프리카로 퇴근했다. 조훈제의 여행기 『돌아갈 집이 없어서 아프리카로 퇴근했어』는 그 선택의 전 과정을 날짜 순서로 묶어낸 현장 노트다. 나이로비와 마사이마라에서 시작해 잔지바르의 해안,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을 가르는 빅토리아 폭포, 나미브 사막의 모래 바다, 케이프타운의 곶과 항구, 룩소르와 카이로의 유적에 이르기까지 발자국을 따라가며 독자는 일상의 회색을 다른 색으로 바꾸는 과정을 목격한다.
책의 구성은 단순한 경로 안내를 넘어서려 한다. 장마다 도착지의 풍경과 이동의 감각을 사진과 서술로 겹쳐 놓고, 부록에는 여행 계획 도구와 장비 목록, 인종 차별과 가격 흥정에 대한 저자의 경험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했다. 현장에서 부딪힌 오해와 진실, 피해야 할 습관과 권장할 태도가 솔직하게 담겨 실용적이다.
조훈제는 스스로를 평범한 회사원이라 부르지만 기록의 시선은 관찰자에 머물지 않는다. 사파리의 거대한 장면을 찻잔 크기의 일상으로 환원하고, 공항 노숙의 피곤함을 유머로 돌리는 한편 국경을 건너는 절차와 도시 간 이동의 불편을 여행의 본질로 받아들인다. 불편함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순간을 찾아내는 호흡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여행문학으로서의 미덕도 분명하다. 지도와 일정표로 환원되지 않는 장소의 표정, 즉 냄새와 빛, 사람들의 말투가 짧은 문단에 아로새겨진다. 동시에 일정과 비용, 이동 수단을 가늠하려는 독자에게는 현실적인 기준선을 제공한다. 낯섦을 견디는 힘이 여행의 핵심이라는 메시지는 부록의 조언들과 맞물려 실천으로 내려앉는다.
이 책의 독자층은 확장 가능하다. 처음 아프리카를 꿈꾸는 이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이미 다녀온 이에게는 복기의 프롬프트가 된다. 무엇보다 집과 회사 사이에만 존재하던 퇴근의 방향을 바꾸고 싶은 누군가에게, 변수는 때로 기회가 된다는 사례가 된다. 목적지는 멀지만 출발의 이유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 책은 그 단순한 진실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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