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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도시의 엔진이다, 경제학자가 건네는 응원장”, 『힘내라, 도서관!』 출간(우석훈, 오픈하우스)

도서관을 비용이 아닌 성장의 제도로 읽다

장세환 2025년 10월 27일 오전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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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도서관.jpg출판사 제공

경제학자 우석훈이 도서관을 숫자와 역사로 다시 읽어낸 책을 내놨다. 새 책 『힘내라, 도서관!』은 공공 도서관이 어떻게 지역 공동체를 묶고 국가의 혁신 능력을 키웠는지 미국과 한국의 사례를 따라가며 보여준다. 저자는 도서관을 무료로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주민이 모이고 토론하고 돌봄이 연결되는 기반 시설로 규정한다. 인공지능이 답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지식을 사회적 자본으로 바꾸는 거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책은 먼저 미국의 도서관 혁명을 소환한다. 인쇄공으로 출발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독서 모임은 회원제 도서관으로 확장되었고 지역 노동자와 학생에게 문을 열었다. 카네기의 기부로 촘촘해진 공공 도서관망은 학습과 토론의 장을 늘려 산업과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해석을 덧붙인다. 공장에서 제품이 나오듯 도서관에서 사람과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경제학적 비유가 설득력을 얻는다.

한국의 장면도 낯설지 않다. 전쟁과 가난의 시간을 지나면서도 공공 도서관은 계획 경제와 보조를 맞추며 확충됐다. 저자는 박정희와 전두환 시기에 공공 도서관 수가 빠르게 늘었다는 통계를 꺼내며 도서관이 교육과 산업을 지탱한 물적 토대였음을 짚는다. 대학들이 피난지에서 임시 도서관을 꾸렸던 기록은 지식 인프라의 끈기를 증언한다.

책의 시선은 시설에서 사람으로 옮겨간다. 사서는 자료를 꽂는 손이 아니라 주민의 읽기를 설계하는 조력자로 그려진다. 아이들의 웃음과 대화 소리가 살아 있는 도서관을 좋은 도서관으로 꼽으며 공간을 조용한 열람실에서 생활의 플랫폼으로 확대한다. 수학을 포기한 청소년을 되돌리는 강연과 주제 서가 같은 프로그램을 제안하며 도서관을 학습 격차를 줄이는 공공 학습소로 설계한다.

균형의 초점은 돌봄에도 맞춰진다. 도서관은 영유아에서 노년까지 누구나 무상으로 접근하는 생활 복지의 현장이라는 논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일수록 주민이 모일 공적 공간이 부족한 현실에서 도서관은 행정과 복지가 닿는 접점이 된다. 작은도서관과 전문도서관의 사례를 통해 지역마다 다른 수요에 맞춘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질문도 피하지 않는다. 지식 검색이 빨라질수록 깊이 읽고 토론하며 생각을 길게 이어갈 장소가 더 중요해진다는 역설을 제시한다. 전자화가 진척돼도 책을 쌓아두고 천천히 읽는 시간이 개인의 사고력을 키우고 지역의 혁신 능력을 만든다는 결론이다. 저자는 도서관을 지식의 창고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공장으로 다시 불러낸다.

『힘내라, 도서관!』은 역사와 경제학을 엮어 도서관을 국가 경쟁력의 변수로 제시하는 한편, 현장의 온기를 잃지 않는다. 저자가 강조하는 마지막 장면은 단순하다.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유지가 가까이에 있을 때 한 사람의 인생과 한 도시의 리듬이 달라진다. 도서관을 지키고 키우는 일은 문화 정책이자 성장 전략이라는 메시지가 또렷하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27일 오전 05:09 발행
#신간#우석훈#힘내라도서관#오픈하우스#도서관정책#지역공동체#돌봄과배움#독서문화#지식인프라#AI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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