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천천히 서둘러라, 알도 마누치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기획전 28일 개막
옥타보와 이탤릭체로 연 르네상스의 책 혁신, 실물 53종으로 확인… 내년 1월 25일까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제공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한국과 이탈리아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28일 기획특별전 ‘천천히 서둘러라 알도 마누치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출판인’을 연다. 르네상스 시기 출판 혁신을 이끈 알도 마누치오와 알디네 인쇄소의 성과를 실물 유물 중심으로 조명하는 전시로, 총 53점의 책이 공개된다. 이 가운데 마누치오 가문의 대표 출간본 46점이 포함된다.
전시는 마누치오가 도입한 두 가지 발명에 초점을 맞춘다. 손에 들고 다니기 쉬운 작은 판형인 옥타보, 기울어진 글자체인 이탤릭체다. 박물관은 이 두 요소가 당시 엘리트 중심의 독서를 일상 속 독서로 확장시킨 결정적 계기였다고 설명한다. 이정연 학예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인쇄 형식의 변화를 통해 대인 독서문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보여 주는 자리”라고 취지를 밝혔다.
핵심 소장품은 다음과 같다.
먼저 1482년에 간행된 ‘지리학’은 고대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작을 르네상스 시기에 다시 편집한 판본으로, 원저에 없던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팔레스타인 지도가 추가됐다. 로마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된다. 이 학예사는 “새로 편입된 네 장의 지도가 당시 유럽의 지리 인식 확산을 생생히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1515년 출간된 단테 ‘지옥도’ 개정판도 주목 대상이다. 지옥의 구조를 세밀하게 묘사한 대형 목판 삽화와 죄목 요약도가 수록돼 있으며, 초판의 주석과 철자 오류를 바로잡은 것으로 전한다. 같은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1500년 간행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의 가장 경건한 편지’는 세계 최초로 이탤릭체가 적용된 책으로 알려졌다. 368통의 편지를 묶은 서간집으로, 성녀 목판화 속 예수 명칭이 이탤릭으로 새겨져 초기 서체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소장본인 ‘뉘른베르크 연대기’도 전시장에 오른다. 1493년에 찍힌 이 책은 약 1800점의 목판 삽화로 유명하며, 당시 유럽 도시 전경과 인물을 촘촘히 담아 인큐나불라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힌다. 박물관은 같은 시기의 ‘역사’ 1502년 간행본도 함께 공개한다.
이 밖에 ‘라틴어 문법’ 1493년, ‘폴리필로의 꿈’ 1499년, ‘베르길리우스 전집’ 1501년, ‘데카메론’ 1522년 등 르네상스 출판문화의 정수를 보여 주는 희귀본이 나란히 전시된다. 알디네 인쇄소가 3대에 걸쳐 펴낸 약 120종의 책 가운데 일부가 실물로 제시되며, 작은 판형과 활자 디자인의 변천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개막 이틀 전인 26일 오후 2시에는 특별강연이 열린다. 연사로 스테파노 캄파뇰로 로마 국립중앙도서관장과 스테파노 트로바토 베네치아 국립마르차나도서관장이 참여해 르네상스 인쇄와 서지학의 쟁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박물관은 “마누치오의 실험이 오늘의 휴대 독서 환경과 연결된다는 점을 실물로 체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관련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