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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로봇이 ‘가족’을 학습하는 순간”, 『해피 엔딩이 배달되는 중』 출간(김유경, 그린북)
AI와 청소년기의 마음을 같은 문장에 올려 놓은 감성 SF 단편집

청소년 독서계에 한 권의 미래형 성장소설이 도착했다.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대상을 받은 『창밖의 기린』의 김유경 작가가 네 편의 단편을 묶은 『해피 엔딩이 배달되는 중』을 선보였다. 배경은 현실보다 반 걸음 앞선 사회이지만 질문은 지금 여기의 것이다. 로봇이 감정을 느낀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가. 기술이 삶을 더 낫게 만든다면 마음은 어디까지 남겨져야 하는가.
표제작을 포함한 네 편은 서로 다른 접점에서 연결의 의미를 새긴다. 독거노인을 돌보는 로봇 성호가 불법으로 키워지던 진짜 개 푸리를 지키기로 결심하는 첫 작품은 매뉴얼과 연민 사이에서 윤리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보여준다. 청소년 소연이 반려묘의 환생 이야기를 꾸며낸 뒤 예기치 않은 위로의 파장을 맞는 두 번째 작품은 관심과 인정의 갈증이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 짚는다. 동생의 치료비를 위해 감각을 대여하는 소년 태이가 효율의 유혹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감각을 되찾는 세 번째 작품은 행복의 좌표가 무엇으로 그려지는지 묻는다. 인간 관계에 깊은 상처를 입은 진솔이 사이보그를 꿈꾸며 로봇 판사를 찾아 나서는 마지막 작품은 정체성과 돌봄의 책임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작가는 기계의 논리와 마음의 언어가 충돌하는 현장을 차갑게 관찰하고 따뜻하게 수습한다. 가족은 혈연이 아니라 서로를 지키겠다는 선택이라는 정의가 작품집 전반을 관통한다. 반려와 애도, 기록과 기억, 돌봄과 책임이 서로 엮이며 독자는 기술의 속도보다 마음의 지속 가능성에 눈을 돌리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성장의 방향을 바깥이 아니라 안쪽으로 돌려놓는다. 타인이 정의한 나에서 스스로 증명하는 나로 이동하는 과정이 네 개의 엔딩을 한 문장으로 묶는다. 살아 있다는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뜻. 그래서 이 책의 해피 엔딩은 기적이 아니라 결심이다. 손을 놓지 않겠다는 약속이 배달되는 중이라는 뜻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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