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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형태가 서식지가 된다”, 『신의 비오톱』 출간(나기라 유, 문예춘추사)
유령 남편과의 일상에서 드러나는 비밀과 욕망의 생태
출판사 제공
남편 ‘가노군’을 잃은 우루하는 유령이 된 그와 같은 집에서 산다. 존재를 숨긴 채 생활을 이어가려는 그의 결심은 상식의 경계 밖에 있지만, 우루하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현실이다. 작가는 이 비틀린 일상을 생태학 용어 ‘비오톱’—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하나의 서식지—로 비유하며, 사랑도 각자의 서식지에서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네 개의 테마로 전개된다. 「아이싱 슈거」, 「다.시.만.나.자.」, 「식물성 로미오」, 「그녀의 사육제」는 서로 다른 인물들의 비밀과 욕망을 교차시킨다. 사랑을 잃고도 마지막 선택을 숨긴 채 살아가는 치카, 친구를 되찾기 위해 세계를 바꾸려 하는 아키, 미성숙만을 사랑하겠다고 고집하는 가나자와, 단단한 껍질 아래 상처와 생기를 함께 품은 다치바나까지—각자의 ‘서식지’는 단정한 정의로 포착되지 않는다. 작중 대사 “자신의 꿈은 자신만이 지킬 수 있다”는 선언처럼, 인물들은 사회의 규격보다 내면의 현실을 택한다.
우루하의 시선은 사랑과 죄책감, 충성심과 자기기만이 얽힌 감정의 층위를 한 겹씩 벗긴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 형태나 규칙 같은 건 필요 없어”라는 문장이 말하듯, 작품은 관계를 규정하는 규칙 대신 존속을 가능케 하는 태도를 묻는다. 시련이 사람을 단련시킨다는 통념도 비껴간다. 압력은 마음을 일그러뜨리고, 그 일그러짐이 바깥에선 ‘예술’로 보일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고통이라는 역설을 드러낸다. 결국 우루하가 붙드는 것은 체면이 아닌 선택의 지속, “보고 싶은 꿈을 꾸는” 각오다.
작가 나기라 유는 BL로 출발해 일반 소설로 영역을 넓혔고, 『유랑의 달』 등으로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신작은 상실 이후에도 지속되는 사랑의 윤리를 일상의 감각으로 포착한다. 유령과 함께 사는 ‘비현실’이 허구의 장치로 머물지 않는 이유는, 우리 각자도 자신의 비밀을 품은 ‘비오톱’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독자에게 묻는다. 남들이 인정하지 않는 형태라도, 당신이 지키고 싶은 사랑의 서식지는 어디에 있는가.
최준혁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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