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작은 나눔이 병원을 세웠다”, 『세상을 바꾸는 힘』 출간(백경학, 문학동네)
1만 시민과 500개 기업이 모아 올린 ‘만 원의 기적’—어린이재활병원에서 소셜팜까지, 작은 손길이 제도를 움직인 20년의 기록
출판사 제공
장난감을 팔아 보탠 몇 천 원에서, 사망보험금 전액을 내놓은 한 가장, 마라톤 7시간 완주로 모은 기부까지—1만여 시민과 500개 기업이 모아 올린 연대의 기록이 한 권에 담겼다. 문학동네가 펴낸 백경학의 『세상을 바꾸는 힘』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탄생과 이후 20년의 확장을 통해 “같이의 가치”가 어떻게 제도와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영국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아내와 유럽의 환자 중심 재활을 직접 겪은 뒤, 2005년 푸르메재단을 세웠다. “민간이 병원을?”이라는 회의 속에서도 시민 모금으로 2016년 국내 첫 민간 어린이재활병원을 열었고, 발달장애청년 일터 ‘푸르메소셜팜’과 북카페 ‘무이숲’으로 돌봄 이후의 삶까지 잇는다. 병원 개원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확충이라는 정책 변화로도 이어졌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박완서 작가, 강지원 변호사, 김성수 주교, 이지선 교수, 정호승 시인 등 ‘희망의 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통해 경청·정의·나눔의 미덕을 되새긴다. 2부는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대규모 기부, ‘만 원의 기적’을 앞장선 가수 션, “내 것이 아니니 나눌 뿐”이라 말한 권오록 어르신, 공정의 토대를 묻는 조무제 전 대법관 등 ‘우리 모두가 기적’이 되는 장면을 포착한다. 3부는 여주 땅을 기증한 이상훈·장춘순 부부, 장애청년의 일과 자립을 돕는 현장의 사연으로 ‘인생은 농사’라는 명제를 증명한다.
기사는 영웅담 대신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열 번 거절당해도 또 설명하고, 한 블록 걷고 한 블록 뛰며 결승선을 통과하듯, 느리지만 멀리 가는 방식. 저자가 강조하는 변화의 문법은 간단하다. “큰돈이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먼저 손을 내민 작은 사람들의 느슨한 연대가 판을 움직인다.” 푸르메가 심은 민들레 홀씨는 치과·재활센터·병원·농장으로 번졌고, ‘장애도 보통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일터와 이웃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기부 독려서가 아니다. 추상어로 소비되던 ‘희망·꿈·행복’이 어떻게 제도, 공간, 직업, 하루의 루틴으로 굳어지는지를 인터뷰와 현장기록으로 보여주는 시민사회 연대 연대기다.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낯익은 문장을 실제 모델과 수치, 결정의 순간들로 복원해냈다는 점이 이 책의 힘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독자는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한다. “오늘 내가 보태는 1만 원과 한 통의 전화는, 내 도시의 지도를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한성욱
언론출판독서TV
관련 기사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