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신간 소식

“불안을 다루는 가장 사적인 연습”, 『마음의 문제』 출간(한수희, 터틀넥프레스)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감정의 사용법

양정현 2025년 10월 22일 오전 08:59
201

마음의 문제.jpg출판사 제공

갑자기 찾아온 혀의 통증과 이름 붙이기 어려운 공황, 그리고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예감. 에세이스트 한수희가 7년 만의 오리지널 산문집 『마음의 문제』로 돌아왔다. 『온전히 나답게』 이후 그가 붙잡은 주제는 화려한 자기 확신이 아니라 “불안과 함께 사는 법”. 작가는 40대에 마주한 몸의 이상과 마음의 균열을 출발점으로, 가난의 잔상, 흔들리는 사업, 부모·자녀·배우자와의 쓸쓸한 오해, SNS가 키우는 비교심까지—일상의 미세 진동을 확대경처럼 들여다본다. 결론을 서둘러 봉합하지 않는다. 대신 “행복/불행”으로만 색을 나누던 이분법의 팔레트를 버리고, 그 사이에 놓인 수많은 톤을 감각하게 만드는 언어를 건넨다.

책은 네 장으로 호흡을 나눈다. 1장은 “아름다운 순간은 담담히 지나간다”는 전제 아래, 병의 서사와 숫자(통장·공과금·등록금)에 스며 있는 긴장을 포착한다. 2장은 “후회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각한 수능날의 한 아이, 월 150만 원으로 버티던 시절 같은 구체적 장면에 새긴다. 3장은 “남들과 다른 모양의 삶을 승인하는 연습”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할수록 더 아무것도 하고 싶어지는 무력의 역설, 그 시간을 ‘정확한 위로’로 통과하는 법을 기록한다. 4장은 “걸어도 걸어도 흔들리는 배 같은 나날”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끝까지 걷겠다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살림의 덧없음(오늘의 공들인 청소·요리도 내일이면 사라진다)을 시지포스의 리듬으로 받아들이고, 작은 루틴을 빨래줄처럼 걸어 두어 마음의 무게를 분산한다.

이 산문집의 미덕은 ‘견고한 정의’보다 ‘정직한 시선’에 있다. “무엇이든 될 수 있기에 더 불안한 시대”에 그는 해법 대신 자세를 제안한다. 시간을 통제하려 애쓰기보다 파도에 몸을 맡기는 호흡, “나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어깨를 내리는 힘. 밤엔 디저트를, 아침엔 맥모닝을 먹을 수 있는 삶—건강·재정·마음의 여유가 동시에 허락되는 일상의 작은 가능성을 ‘좋음’의 기준으로 삼는 감각 역시 이 책의 결이다. 각 편 말미에는 작가가 고른 한 곡의 음악이 QR로 이어져, 읽기와 듣기가 겹겹이 여운을 만든다.

『마음의 문제』는 불안을 몰아내는 비법서가 아니다. 오히려 불안에 자리를 내주되, 그 옆에 나의 자리를 조금 더 넓혀 보는 ‘공존의 기술’을 가르친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물음 앞에서, 답을 빨리 고르는 대신 나만의 정의와 예시를 느리게 모으자는 제안. 불안은 떠나지 않지만, 그 불안과 함께 살아갈 언어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분명히 늘어난다.

양정현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22일 오전 08:59 발행
#마음의문제#한수희#터틀넥프레스#에세이#불안과공존#일상루틴#이분법넘어서#정확한위로#감정사용설명서#오늘의좋음

관련 기사

『생각보다 괜찮은 나를 발견했다』출간(이진아, 밀리언북)

『생각보다 괜찮은 나를 발견했다』출간(이진아, 밀리언북)

11월 5일 오후 05:24
20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11월 5일 오후 05:15
5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출간(유스이 류이치로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출간(유스이 류이치로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11월 5일 오후 05:0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