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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연습되는 감정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출간(천쉐, 글항아리)

20년의 연애 연대기에서 추린 ‘관계의 기술’ 50가지—설렘·불안·이별·재결합까지, 사랑을 방법론으로 다시 배우다

양정현 2025년 10월 20일 오전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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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시작하는 우리에게.jpg출판사 제공

중화권 대표 퀴어 작가 천쉐가 연애를 기술의 언어로 번역했다. 신간 『사랑을 시작하는 우리에게』는 작가가 동성 파트너 짜오찬런과의 재회에 이르기까지 20년간 겪은 만남·이별·재결합의 궤적을 50개의 키워드로 정리한 실전형 에세이다. “글쓰기와 사랑은 돈이 필요 없는 영구 에너지”라는 선언처럼, 그는 감정의 파동을 ‘연습’과 ‘방법’으로 환원하며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다.

책은 ‘자아–함께하기–이해–떠남’의 네 축으로 진행된다. 첫 장은 자기 인식의 엄격함을 요구한다.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배려’가 아니라, 자유와 자신감을 전제로 한 신중함이 관계의 토대라는 것. 이어 동거·동반의 장에서는 일상을 공유한다는 행위가 왜 “장기이식에 가까운 적합성 테스트”인지를, 이해·기대 파트에서는 상처받은 상상력과 통제 욕구가 어떻게 사랑을 암살하는지를 짚는다. 마지막 파트는 끊기의 기술—잠수, 단호한 거리두기, 그리고 자기 회복—로 매듭을 묶는다.

문장들은 연애의 미신을 해체한다. “기대는 쌀 한 톨을 밥 한 그릇으로 과장한다”, “상대는 치료자가 아니다”, “전 연인과의 우정은 서두르지 않는다.” 상처가 많은 이가 왜 가장 위험한 연애 상대인지, 강자 코스프레가 어떻게 ‘함부로 대함/대접받음’의 악순환을 낳는지도 경험담으로 설득한다. 그럼에도 책의 결론은 단순하다. 사랑은 운명도 즉흥도 아니다. 시간의 좌표 위에서 시행착오로 다듬어지는 기술이며, 헌신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

천쉐는 소설가의 시선으로 관계의 미세한 온도를 포착하고, 코치의 문장으로 즉시 실행 가능한 지침을 건넨다. 혼자서도 잘 사는 시대에 왜 여전히 사랑을 배워야 하는지—이 책은 그 질문에 담담하고도 단호하게 답한다.

양정현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20일 오전 06:19 발행
#사랑을시작하는우리에게#천쉐#글항아리#연애에세이#관계의기술#동거와동반#이별학#자기인식#퀴어문학#사랑은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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