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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한밤, 새가 길을 연다”, 『0시의 새』 출간(윤신우, 문학과지성사)

2025 박화성소설상 수상작—천문연 연구원과 방송기자가 ‘0시’에 겹쳐지는 우연과 필연의 경계, 새 한 마리가 흔드는 세계의 항로

한성욱 2025년 10월 20일 오전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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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의 새.jpg출판사 제공

목포시와 문학과지성사가 공동 주관하는 박화성소설상(고료 5천만 원) 수상작 『0시의 새』가 출간됐다.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7년간 방송기자로 일한 신예 윤신우는 단편 「사각지대」(2024)로 등단한 뒤 첫 장편에서 과학자의 냉정과 기자의 직감을 교차시키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는 심사평을 이끌어냈다.

작품은 두 인물의 1인칭이 교대로 서사를 밀어 올린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진율은 설명 불가능한 타인의 죽음으로 일상이 균열되는 순간, 집에 울려 퍼지던 소리의 근원이 전화벨도 TV도 아닌 ‘작은 새’임을 목격한다. 곧이어 새를 뒤쫓는 세 소인의 출현, 반복되는 기시감, 시곗바늘·엘리베이터·복도 소음 같은 단서들이 “세계의 항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P.207)는 느낌으로 수렴한다. 한편 방송기자 차수지는 연인의 석연찮은 사망과 함께 정체 모를 제보와 ‘알’ 하나를 쥔다. 사소한 위화감들이 퍼즐 조각처럼 맞물리며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에 접속하고, ‘흐름을 유지하려는 자’와 ‘장악하려는 자’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공방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소설의 무대는 밤 0시, 날짜와 날짜, 차원과 차원이 맞닿는 경계다. 윤신우는 평행우주·확률의 파동 같은 과학적 상상력 위에 “시작이 끝을 지배한다”(P.27)는 문장을 놓고, 우연·필연·의지의 삼각형을 흔든다. 새는 징조이자 가이드다. 저주는 실제로는 저주라 쓰여 있지 않고(P.18), ‘사잇길’이 바뀌면 종착지도 달라질 수 있다(P.207)는 대사는, 합리적 설명 바깥에서 인간이 붙드는 마지막 동력—자유의지—를 환기한다. 빠른 장면 전환, 반복·변주되는 사물 모티프, ‘자투리 단서’의 회수를 통해 독자는 미스터리의 뼈대뿐 아니라 정서의 진동까지 경험한다.

『0시의 새』는 사건 추적의 긴박함과 존재론적 질문을 균형 있게 묶는다. 과학이 통제하지 못한 잔여, 뉴스가 포착하지 못한 잔향을 좇아가는 두 사람이 0시의 문턱에서 내리는 선택은,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던 것처럼”(본문) 읽히면서도 독자의 해석을 열어 둔다. 신인의 패기보다 완성도의 공력이 먼저 보이는 작품. 한국 장편소설의 ‘새벽’이 이 새 한 마리의 날갯짓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한성욱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20일 오전 05:31 발행
#0시의새#윤신우#문학과지성사#박화성소설상#한국장편소설#미스터리서사#평행우주#경계소설#자유의지#신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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