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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는 봤어도 알지는 못했던 음식 인문학 만화』 출간(리쿤, 길찾기)
케첩에서 콜라, 파스타까지—식탁 위 9가지 음식으로 읽는 과학·제국·대중문화의 비밀을 만화로 풀다
출판사 제공
커피, 파스타, 치킨, 햄버거… 매일 먹는 음식에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니. 리쿤의 『먹어는 봤어도 알지는 못했던 음식 인문학 만화』가 식탁 위 9가지 음식을 따라 고대부터 현대까지를 가볍게, 그러나 촘촘히 횡단한다. 저자는 ‘재미있게 배운 지식이 가장 오래 간다’는 원칙으로, 역사·경제·과학·대중문화가 한 접시에 어떻게 담기는지 만화의 리듬으로 보여준다.
책은 “케첩은 원래 생선 발효 소스였다”는 반전으로 시작한다. 중국과 동남아의 ‘게챱/해즙’이 유럽에 건너가 토마토와 만나 산업화의 아이콘이 됐고, 한때는 특허약처럼 팔리기도 했다. ‘탄산약’에서 출발해 세계전쟁과 마케팅을 타고 별(우주)까지 간 코카-콜라와 펩시의 신경전, 산타클로스 이미지 쟁탈전 같은 대목도 만화적 패러디로 경쾌하게 요리한다.
파스타 편은 건조 파스타의 대량생산이 국민식을 만들고, 이탈리아 통일기의 정체성 정치와 맞물렸다는 점을 짚는다. 라거의 발명으로 맥주가 전 세계 표준 음료가 된 과정, 아일랜드의 대기근을 거치며 감자가 ‘혐오 식물’에서 ‘세상을 구한 구황작물’로 위상을 뒤집은 이유, 흑인 커뮤니티의 생존 음식이던 프라이드치킨이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상징으로 변한 문화사도 빠짐없이 담았다. 이슬람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며 ‘각성제’이자 ‘공론장의 연료’가 된 커피의 변신, 포크·면 문화의 동서 비교, 카르보나라 설화 등 ‘곁가지’ 지식까지 알차다.
읽는 재미는 캐릭터와 자투리 코너가 책임진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한 컷으로 압축하는 편집, 어려운 개념을 생활 비유로 풀어내는 대사, 실수로 입을 떼고 “아하!” 하고 덮게 만드는 퀴즈형 페이지가 반복되며 정보 밀도와 가독성을 동시에 잡는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음식 인문학’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억지로 삼키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식탁에서 바로 써먹을 대화거리를 가볍게 집어 올리게 한다는 점이 묘미다.
저자 리쿤은 “한 끼의 메뉴가 한 시대를 설명한다”는 전제 아래 자료와 도판을 소화해 이야기로 다시 데운다. 독자는 오늘 마신 커피, 주말의 치킨, 점심의 파스타가 어떤 무역로와 과학기술, 선전과 광고를 지나 지금 여기에 도착했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만화의 장점—속도와 농담—을 최대로 살린, ‘지적 허기심’을 채우는 대중 교양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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