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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되고 잊힌 6·25 전쟁의 진실』 출간(정성, 북랩 출간)

냉전의 설계도 위에서 다시 읽는 한반도

장세환 2025년 10월 17일 오전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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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환호가 채 가시기도 전, 한반도는 강대국의 계산 속에서 실험대가 됐다. 해군 출신 군사전략가 정성은 신간 『왜곡되고 잊힌 분단과 한국전쟁의 진실』에서 익숙한 통념을 걷어내고, 분단과 전쟁을 국제정치의 장기판 위에서 재배열한다. 북쪽의 조기 무장과 남쪽의 혼란, 소련의 군정과 미국의 군정, 유엔의 즉각 대응과 중국의 개입까지—사료와 작전 일지를 따라가며 “내전인가, 대리전인가”라는 이분법을 넘어 침략과 방어, 기획과 우발의 교차점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책의 여정은 해방 직후로 거슬러 오른다. 소련군이 북쪽을 장악한 뒤 빠르게 장치와 인물을 심고, 미소 공동위원회의 파행과 좌우합작의 실패가 ‘이중 권력’이라는 불안정한 체제를 굳혔다는 진단이 먼저 선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김일성과 스탈린의 공조, 그리고 중국 지도부의 동의 과정이 구체적 날짜와 경로로 복원된다. 애치슨 라인 발표, 소련의 원자폭탄 실험 성공, 중국 공산당의 승리 같은 정황적 추동력이 어떻게 남침 결심의 배경이 되었는지, 준비된 전쟁의 형상을 군사적 사실로 입증한다.

남침 이후의 전개도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다. 서울 함락, 춘천 방어, 낙동강 전선 구축 같은 장면은 전투 전과 전력, 보급과 지형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설명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통과, 맥아더의 상륙 구상, 북진과 평양 점령, 그리고 중공군의 야전 참여와 이른바 일 사 후퇴까지—반격과 퇴각을 오가며 전쟁의 파고를 냉정한 숫자와 지도로 읽어낸다. 고지 전투와 휴전 협상,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이어지는 문서의 연쇄는 전쟁이 끝난 곳에서 안보 체제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해석의 전장이다. 저자는 국내외 학계의 주요 담론을 직접 호명한다. 특정 학자의 ‘국지 충돌 누적’ ‘북진론과 미국의 묵인’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전개 시점, 교전 규모, 지휘 체계를 대조해 반박하고, 각종 왜곡 서술이 교과서와 언론, 정당의 담론을 통해 재생산된 과정을 짚는다. 동시에 양민 학살과 납북, 보복과 오폭의 사례도 숨기지 않는다. 가해 주체를 가리지 않고 기록을 제시함으로써, 전쟁이 남긴 윤리적 부채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정성의 문장은 현장성을 잃지 않는다. 상륙 계획의 가용 선단, 낙동강 방어선의 전력 배치, 배후 인프라의 취약 지점까지 군사 운영의 언어로 풀어내되, 결론은 현재형의 경고로 내려앉는다. “자유는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분단은 우연이 아니었고, 전쟁은 타자의 손에서 시작되었으며, 그럼에도 끝내 이 땅에서 치러야 했다는 사실—그 사실을 정확히 아는 일이 왜 오늘의 안전과 직결되는지 책은 차분히 증명한다.

북랩이 펴낸 이번 신간은 피해의 숫자나 승리의 문장 뒤에 가려진 기획과 책임, 오판과 용기의 궤적을 한 권으로 꿰맨다. 다툼 많은 기억의 전장에서 독자가 가져갈 것은 한 가지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확인했는가. 기록으로 확인된 진실만이 분열을 끝내는 최소한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17일 오전 02:55 발행
#북랩#정성#분단사#한국전쟁#국제정치#냉전사#유엔군참전#중국개입#사료기반역사#역사왜곡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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