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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재회의 여섯 이야기, 이누준의 『무인역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 출간(알토북스)

노을 열차가 멈추는 무인역, 여섯 번의 재회가 여섯 개의 내일을 연다

장세환 2025년 10월 16일 오전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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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북스가 이누준 소설집 『무인역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를 선보였다. 배경은 하마나호를 내려다보는 작은 무인역 슨자역. 해가 기울 무렵 가장 그리운 이를 태운 열차가 잠시 멈춘다는 전설이 작품의 장치가 된다. 작가는 기이한 사건보다 남겨진 자의 마음을 전면에 세우며, 애도를 끝내는 대신 일상으로 되돌리는 기술을 이야기로 구현한다.

책은 6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됐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친구를 잃은 소녀는 끝내 못 한 말을 건네고, 첫사랑의 부재 속에 시간을 멈춘 여인은 고향으로 돌아와 미해결의 감정을 정리한다. 젊은 날 약혼자를 떠나보낸 노년의 인물은 오래 간직한 반지를 돌려주며 현재의 사랑을 확인하고, 아버지를 잃은 딸은 편지 대신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은 생활의 잔일을 다시 시작하고,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마지막 인사를 통해 오늘의 걸음을 회복한다.

작품의 힘은 재회의 해석에 있다. 이별은 종결표가 아니라 합의다. 열차에서 내려오는 이는 남겨진 자의 망상이 아니라 선택의 촉진제로 등장한다. 인물들은 울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식탁을 치우고, 방치한 일을 마저 한다. 재회는 기적이지만 결말은 생활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여운은 눈물보다 체온에 가깝다.

문체는 절제에 기댄다. 사건을 과장하지 않고 물빛과 바람 소리를 길게 잡아 인물의 호흡을 정돈한다. 대사는 짧지만 핵심에 닿아 있고, 반전은 과도한 장치 대신 관계의 방향을 틀어 주는 정도로 작동한다. 덕분에 독자는 상실의 무게를 피해 가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소모에 갇히지 않는다.

이 책이 제안하는 애도는 잊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떠난 이를 기억한 채 오늘을 산다. 그 방법은 거대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루틴이다. 안부 한 줄, 방 하나 정리, 약속 한 건 지키기. 노을 열차는 환상이고 플랫폼은 현실이지만, 두 지점의 왕복이 만들어 내는 것은 내일로 가는 최소한의 추진력이다. 출판사는 이번 계절의 첫 권으로 이 책을 권하며 “재회가 목적이 아니라 출발임을 기억해 달라”고 전했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16일 오전 09:44 발행
#무인역에서널기다리고있어#이누준#알토북스#노을열차#옴니버스소설#애도와치유#재회와이별#감성미스터리#휴먼판타지#가을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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