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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9년 만의 신작 소설집 『노 피플 존』 출간(문학동네)

사람 없는 세계를 꿈꾸는 마음,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드러난 오늘의 얼굴

장세환 2025년 10월 16일 오전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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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피플 존.jpg출판사 제공

문학동네가 정이현의 신작 소설집 『노 피플 존』을 펴냈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책은 개인의 일상에 스며든 사회 구조의 그림자를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제목 노 피플 존은 한 작품에 등장하는 표현으로, 관계의 그물망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완전한 고립을 두려워하는 현대인의 모순적 욕망을 압축한다. 출간사는 초판 사인 인쇄 양장본과 별도 소책자를 마련했고, 작가는 “사회 구조와 인간 소외의 관계를 오래 응시하며 천천히, 멈추지 않고 썼다”고 밝혔다.

기에서는 동시대의 장면을 빠르게 포착한다. 불안정한 출발선에 선 삼십대가 성공과 실패의 규칙을 배우는 과정, 대학 안 권력에 맞서는 청춘의 연대, 성과급 경쟁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의료 현장의 윤리가 잇따라 등장한다. 수록작은 실패담 크루, 언니, 선의 감정, 빛의 한가운데 등으로 이어지며, 바로 옆에서 듣는 듯한 대사와 정확한 호흡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승에서는 돌봄과 노동, 기술과 폭력의 결탁을 집요하게 해부한다. 놀이 가정교사로 일하는 스무대 여성과 불안정한 아이가 만나며 발생하는 책임의 경계, 입주 시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맞벌이의 현실은 돌봄이 가족의 미덕을 넘어 구조적 과제가 되었음을 드러낸다. 딥페이크 사안으로 흔들리는 한 가정의 서사는 세대를 관통해 축적된 시선의 폭력을 새겨 보이며, 온라인 악플과 스토킹의 긴장감은 독해를 가속한다.

전에서는 집과 교육을 둘러싼 욕망을 응시한다. 학군과 부동산이 교차하는 도시의 좌표 속에서 한 계단 위로 오르려는 마음, 연애 예능 뒤편에 남겨진 사랑의 잔광과 피로는 우리가 익숙한 규칙을 어딘가에서 이미 갱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해설을 맡은 평론가는 작품 속 인물들이 자기만의 방을 넘어 타인과 세계로 선을 넘는 과정을 읽어내며, 그 자리를 가능성의 다른 얼굴로 제시한다.

결에서는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서로에게서 물러서고 다시 다가설 것인가. 『노 피플 존』은 고립과 연결 사이의 좁은 턱을 정확히 짚으며, 개인의 서사를 사회의 문장으로 바꾸는 문학의 일을 또렷이 상기시킨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16일 오전 09:29 발행
#정이현#노피플존#한국소설#단편소설집#돌봄노동#디지털폭력#관계의피로#도시서사#문학동네#신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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