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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목소리를 문학으로 복원하다, 『낯선 이를 알아보기』 이사벨라 함마드 출간(민음사)
서구 서사 바깥에서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묻는 에드워드 사이드 추모 강연록
출판사 제공
민음사가 이사벨라 함마드의 신간 『낯선 이를 알아보기』를 출간했다.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로 주목받는 함마드는 이번 책에서 서구 제국주의의 연장선에 있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본서는 컬럼비아 대학교의 에드워드 사이드 추모 강연을 바탕으로 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론과 프로이트의 동일시 개념, 사이드의 탈중심 비평을 가로지르며 “문학이 타자의 고통을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함마드는 서구 중심의 이야기 구조 속에서 삭제되거나 왜곡된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복원하는 일에 문학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논증한다. 그는 독자의 감정 이입을 ‘연민의 소비’가 아닌 ‘관계 맺기의 책임’으로 전환시키자고 제안하며, 낯선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정치적 상상력의 토대가 된다고 말한다.
특히 새로 덧붙인 「후기: 가자에 대하여」에서 그는 현재진행형의 참상을 외면하지 말 것을 호소한다. 통계와 외신 보도를 옮겨 적는 대신, 현지 증언과 문화적 기억이 축적된 언어가 어떻게 현실의 폭력을 드러내는지 보여주며 “기록하는 문학”의 쓰임을 실천으로 확장한다. 그 결과 본서는 강연록의 간결함과 비평 에세이의 밀도를 결합한 ‘짧지만 오래 남는 책’으로 읽힌다.
국내판은 강동혁 번역으로, 함마드의 정확하고 단호한 문장을 최대한 보존했다. 『파리지앵』과 『유령 등장』으로 이미 정치성과 서사성을 겸비한 작가라는 평을 얻은 그는 이번 책에서 서사 바깥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것인가라는 독서 행위의 방법론까지 제시한다. 단지 팔레스타인 문제를 위한 책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비가시적 고통을 읽는 감각을 훈련시키는 안내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확장된다.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함마드의 답은 분명하다. 낯선 이를 ‘대상’이 아닌 ‘이웃’으로 호명하는 언어를 복원하고, 그 언어로 세계의 불의를 가시화하며, 독자 각자가 감응의 책임을 지도록 돕는 것. 『낯선 이를 알아보기』는 그 원칙을 한 편의 강연으로 또렷이 증명한다.
한 줄 평
삭제된 역사를 되살리는 가장 정확한 방법—낯선 이를 끝까지 읽어내는 문학의 윤리를 세운다.
키워드
팔레스타인, 에드워드 사이드, 타자성, 윤리적 독서, 제국주의 비판, 강연록, 비평 에세이, 공감의 정치, 문학과 현실, 서구 중심주의 넘어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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