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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양말, 다시 걷다” 임하룡의 유쾌한 자기고백 『이거 참 쑥스럽구만』(이든하우스)

최초의 프리랜서 개그맨에서 MZ의 ‘오빠’까지, 트렌드를 만든 사람이 돌아왔다

장세환 2025년 10월 16일 오전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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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코미디의 시간표를 다시 넘기면, 페이지 귀퉁이엔 늘 ‘빨간양말’이 찍혀 있다. 임하룡의 첫 에세이 『이거 참 쑥스럽구만』은 그 빨간양말이 어떻게 한 시대의 유행을 만들고, 또 다음 시대의 감수성을 열었는지—웃음의 역사로 증언하는 책이다. 유재석·김국진·이봉원이 추천했고, 이든하우스에서 10월 14일 출간된다(192쪽, 1만8천 원). “세대를 아우른다”는 흔한 찬사 대신, 이 책은 왜 그가 ‘연예인의 연예인’인지 구체로 보여준다.

임하룡은 방송사 소속 체제가 상식이던 시절, 최초의 프리랜서 선언으로 판을 갈아엎었다. 기세만의 반란이 아니었다. 그는 “팬티를 팔든 겉옷을 팔든, 옷장수는 그저 옷장수일 뿐”(p114)을 원칙으로 삼아 장르를 가로질렀다. 콩트의 명수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며 ‘연기 장인’이 되었고, 무대의 손놀림은 훗날 캔버스로 옮겨가 7회의 개인전으로 확장됐다. 현재는 유튜브 ‘임하룡 쇼’로 MZ세대와도 연결된다. 한마디로, 트렌드를 소비한 게 아니라 발명해 온 사람의 이력서다.

책의 결은 놀랍도록 담백하다. “무모한 도전? 나는 늘 즐거운 방향을 택했다”(p120). “마음 편하게, 위험하지 않게 사는 게 내 인생의 기조”(p170). 명언처럼 짧지만, 그 뒤엔 오랜 품이 있다. 빨간양말로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던 소년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웃음 포인트였다”(p100)고 회고하고, 배우로서는 “캐릭터에 진실하게 몰입하는 일은 모두 같다”(p114)고 정리한다. 유행어가 시대를 바꾸던 장면, 정극에서 관객의 체온을 바꾸던 순간,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은 나를 위한 풍경이었다”(p190)는 늦은 깨달음까지—이 책은 ‘개그’가 아닌 ‘구성’으로 독자를 웃긴다.

무엇보다 오래 사랑받은 이유가 매혹적이다. 아버지의 당부 “자중자애하라”를 일상의 기술로 바꾸고, 서영춘 선생에게서 배운 ‘먼저 이름을 불러 주는 예의’를 평생의 습관으로 삼았다. 그래서 그는 후배의 연락처를 기억하는 선배이자, 관객의 시간을 아끼는 직업인으로 남았다. 코미디가 가족 예능에서 클립 소비로 바뀐 뒤에도, 그는 “무대가 화려한 세트든, 소박한 스튜디오든 마음은 똑같이 설렌다”(p181)고 말한다.

‘빨간양말’의 신화가 ‘젊은오빠’의 현재형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웃음의 미학을 갱신해 온 선구자, 임하룡. 이번엔 무대 대신 문장으로, 다시 한 번 대중의 심장에 스텝을 새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16일 오전 01:01 발행
#이거참쑥스럽구만#임하룡#이든하우스#이변헌_추천#유재석#김국진#신간소개#화제의책#빨간양말#연예인의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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