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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이동의 엔진, 『말발굽 아래의 세계사』 윌리엄 T. 테일러 출간(사람in)

말의 길을 따라 다시 쓰는 세계사의 지도

장세환 2025년 10월 14일 오전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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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굽 아래의 세계사.jpg출판사 제공

인간이 세계를 넓힌 첫 동력은 증기도 전기도 아니었다. 말이었다. 고고학자 윌리엄 T. 테일러는 말의 발자취를 따라 유라시아에서 남미까지 지도를 다시 펼친다. 풀을 먹는 치아의 진화에서 시작해 길들임과 마구의 발명, 전차와 기병의 등장을 거쳐 대륙을 가로지른 교역망까지 말이 문명을 가속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바퀴와 재갈, 안장과 등자 같은 기술은 전쟁과 운송의 규칙을 바꾸었고 스텝의 기마 집단은 농경 제국의 권력 지형을 흔들었다.

이 책의 힘은 서사를 뒷받침하는 증거에 있다. 저자는 고대 DNA와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등 최신 기법으로 말뼈와 유물을 읽어 초기 가축화의 시기와 이동 경로를 재구성한다. 원주민 기마 문화와 여성 전사의 흔적처럼 기존 시야에서 비켜난 장면도 고고학 기록으로 복원한다. 진시황릉의 실말 자료, 스키타이와 사카의 무덤, 남미 팜파스의 전술까지 현장을 누빈 연구가 살아 있는 사례로 연결된다.

유라시아 스텝의 대제국이 어떻게 탄생했고, 비단길과 차마고도가 왜 말 발굽 소리로 유지되었는지, 식민과 교역의 시대에 말이 바다를 건너며 어떤 변화를 낳았는지 책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더 나아가 자동차와 철마가 주도한 근현대 운송망이 여전히 말의 시대에서 배운 길 위의 논리를 계승하고 있음을 짚으며 오늘의 이동과 기후 위기를 함께 성찰하게 한다.

풍부한 지도와 도판, 일러스트는 고고학의 증거와 역사 서사의 간극을 메운다. 《사이언스》 뉴욕타임스 가디언의 호평과 미국과학진흥협회 수상 경력은 이 젊은 연구자의 통찰에 신뢰를 더한다. 말이 만든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이동과 권력, 기술과 생태가 어떻게 얽혀 문명을 밀어 올렸는지 새로 보이게 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14일 오전 01:06 발행
#말발굽아래의세계사#윌리엄테일러#사람in#말과문명#고고학#세계사#스텝제국#기마문화#역사교양#신간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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